주거 형태가 아파트 위주로 바뀌면서 고급빌라를 제외한 일반 단독주택은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자녀들이 분가하면서 방이 남아돌아도 아파트보다 생활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팔고 이사를 가려해도 땅값만 받으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또 자식들을 낳고 키우며 수십년을 살아온 집이라면 선뜻 팔아치우기도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집 구조를 조금만 손봐 자녀들과 합가(合家)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전문가들은 이 때 자녀용 주거공간을 독립적으로 설치하는 ‘3세대 동거형’으로 평면을 바꾸는 게 좋다고 제안한다.
3세대 동거형이란 부모―자녀―손자가 같이 살면서 나름대로의 생활공간을 갖도록 평면을 배치한 구조다. 예컨데 세대별 전용 출입구와 거실 욕실 등을 배치하는 형태다.
★우린 이렇게 바꿨어요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권모씨는 결혼하면서 분가했던 딸가족이 들어와 살게 되자 집 평면을 뜯어 고쳤다.
▽개조 전〓이 집은 ‘ㅅ’자형 구조로 침실 4개, 욕실 2개, 부엌, 식당, 온실, 드레스룸, 창고, 다용도실 등이 있었다.
맨 오른쪽 현관이 있고 방 3개와 욕실이 나오고 안으로 들어가면 거실과 식당, 부엌, 온실이 있다. 현관 반대편으로는 안방으로 쓰던 방과 드레스룸 욕실 등이 모여 있었다.
각방이나 거실은 좁고 긴 복도를 이용하도록 돼 있으며 복도는 양편에 있는 방 때문에 햇빛이 차단돼 항상 어둡고 침침했다.
거실은 너무 안쪽으로 배치돼 정원조차 보이지 않았다.
▽개조 작업〓권씨는 현관쪽에 위치한 구조를 크게 고쳐, 딸부부가 이용토록 했다.
우선 현관쪽에 위치한 방 3개중 한 곳을 딸가족이 공동생활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거실로 바꿨다.
거실과 붙어있는 방문은 없앴다.
그대신 방에서 식당으로 연결되는 미닫이문을 냈다.
중앙에 위치한 온실은 주출입구용 현관으로 개조하고 일부는 화장실로 만들었다.
기존의 출입구는 딸부부 전용 현관으로 그대로 뒀다.
거실과 식당 사이에 있던 벽을 헐고 미닫이문을 설치, 거실에서 직접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거실 창문 밖에는 툇마루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데크를 걸어 신발을 신지 않고 거실에서 나가서 마당을 내다 볼 수 있게 했다.
▽공사비용〓공사기간은 모두 3개월 정도가 걸렸다. 공사비는 철거에 5백50만원이 들었고 각종 설비 구입과 시설공사에 6천2백90만원이 들었다. 평당 1백20만원 정도가 든 셈이다.
★핵심 포인트
3세대 동거형 주택은 ‘ㄷ’자 형태로 하여 현관을 양쪽으로 두는 게 좋다. 바닥면적이 좁다면 건물을 한층 더 올려 2층 이상으로 개조한 후 1층은 부모, 2층은 부부가 살면서 1층에 온 가족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두는 게 좋다.
부모와 아이들은 이웃한 방이나 같은 층에 둬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리노베이션 비용은 계산상의 금액보다 20% 정도를 늘려 잡는 게 좋다. 공사 도중 예상치 않은 일들이 생길 수 있으며 예비비를 충분히 갖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도움말:수목건축 02―578―3777)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