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합동 보안진단반’을 편성해 전 부처와 투자기관 연구기관의 보안관리 체제를 점검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국가 문서와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실태 파악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점검내용을 살펴보면 언론취재 문제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어 궁극적으로 언론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전 정부는 기밀문서의 유출을 막기 위해 언론의 취재활동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국가기밀이 무차별적 취재와 보도로 공개돼 국익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번 보안진단은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 점검을 토대로 최종적인 취재활동 제한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몇가지 방안은 이미 정부 일각에서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기자들이 고위공무원을 만날 때 사전 약속을 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선진국 취재시스템을 모방한 것으로 우리 실정에서는 취재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게 분명하다.
우리의 취재관행은 원칙에 벗어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자들이 관공서 구석구석을 제한없이 출입하고 때로는 공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이런 관행이 굳어진 데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우선 어느 부처를 막론하고 관리들은 정보 제공에 인색하다. 정보공개요구법이 있으나 민감하고 중요한 정보는 공개되는 법이 거의 없다. 더구나 ‘밀실행정’에 익숙해 있는 게 우리 정부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공개행정’이 이뤄지고 있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급된다. 이처럼 상반된 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취재방식만 선진국의 것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기자의 취재활동은 국민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성격이 강하다. 국민은 언론이 알려주지 않으면 정부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기본권인 알 권리에 근거한 것이다. 정책집행과정을 언론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국가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왜 취재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려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김대중정권은 언론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좋은데 언론이 잘못쓰고 있다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 정부가 언론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홍보처를 신설키로 한 것이나 이번 취재 제한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 현 정권은 야당시절 언론통제의 최대 피해자였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언론의 자유를 강조해왔다. 이번 취재제한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권력을 잡고보니 언론관이 달라진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