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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고교 총기난사]아수라장에도 참스승은 있었다

입력 | 1999-04-22 19:39:00


15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한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 교외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현장에는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인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한 영웅들도 많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22일 이들의 미담을 보도했다.

데이브 샌더스는 여학생 야구팀 코치. 그는 총성이 울리자 피하지 않고 복도로 달려나갔다. 복도는 폭탄 연기로 자욱했고 그 속에서 학생들이 우왕좌왕했다. 그는 복도에 우뚝 서서 학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그러다 두발의 총성이 들렸고 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동료 교사 켄 프리젠은 교실을 뒤져 응급처치 훈련을 받았을 법한 보이스카우트 출신의 고교 2년생 아론 핸시(17)를 찾아냈다. 핸시는 아디다스 티셔츠를 찢어 붕대를 만들었다. 다른 학생들도 대피를 멈추고 모여들었다. 너도나도 옷을 벗었다. 샌더스의 상처를 감싸기에 충분했다.

핸시는 교실 전화기로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다른 전화로 간호사를 불러냈다. 핸시는 간호사가 아버지를 통해 지시하는 대로 응급처치를 했다. 다른 학생들은 샌더스의 지갑에서 아내 딸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찾아내 샌더스의 눈앞에 흔들었다.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살아나야 한다는 안타까운 몸부림이었다. 샌더스는 “안될 것 같아”하며 낮은 신음을 뱉었다. 학생들은 “살 수 있어요. 조금만, 조금만 참아요”라며 매달렸다.

그렇게 3시간이 흘렀다. 경찰 기동타격대가 도착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머리에 손을 얹고 밖으로 대피하라”고 했다. 핸시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샌더스는 이내 눈을 감았다.

한편 부상자 가운데는 한인 교포 여고생 박지나 양(18)이 포함돼 있었다. 덴버시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는 박명렬씨(50)의 큰 딸인 지나양은 도서관에서 여동생 캐티(15)와 함께 공부하다가 오른쪽 무릎과 왼쪽 발에 총탄 2발을 맞았고 왼쪽 어깨에는 폭탄 파편이 박혔다. 그러나 지나양은 수술경과가 좋아 큰 후유증이 없을 것 같은 양호한 상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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