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9일 청와대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정치와 관련해 내각제와 정계개편에 대해 새로운 화두(話頭)를 던졌다.
우선 ‘DJP’합의사항인 내각제개헌의 논의유보시한을 ‘늦어도 7, 8월’로 못박았다. 김대통령이 내각제논의시한을 직접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시간이 있으니 맡겨달라”(취임1주년 기자회견)는 등 애매한 태도를 취해왔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향후 내각제일정을 예측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대통령의 표현대로 2∼3개월, 길어도 3∼4개월안에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대통령이 이런 시한을 설정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먼저 금년 상반기까지는 내각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실업대책의 기초를 다져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금창리 핵시설의혹으로 빚어진 ‘페리보고서’등 안보현안을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담판을 마냥 뒤로 미룰 수도 없다. 더 이상 늦출 경우 당연히 “내각제개헌을 무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된다. 김대통령은 2∼4개월 동안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 ‘이심전심(以心傳心)’의 폭을 넓혀가면서 ‘설득반, 압박반’의 양면전략을 통해 개헌연기를 위한 국면조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련은 이같은 김대통령의 시한공표에 공식적으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내심 일전(一戰)을 위한 자세를 가다듬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이 간담회에서 여전히 정계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한 점도 향후 정국상황과 관련해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날 발언은 내년 총선에서 정당명부제 도입에 의한 물리적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것 이상의 뉘앙스를 풍겼다. 이런 점에서 정계개편문제는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으로 내각제 연기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김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두가지 큰 정치현안이 맞물리면서 올 여름정국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