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권 출범 1주년을 맞는 이번 주에 공동정권의 최대 현안인 내각제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뭔가 의미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과의 TV대화’(21일), 김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의 3각 연쇄회동(22일), 1주년 기자회견(24일) 등의 일정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총재는 20일 ‘개헌1년유보―이원집정제개헌’의 절충안을 김대통령에게 제시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내각제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 3자간 논의에서 기존의 합의대로 연내개헌을 추진하기로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김대통령이 개헌연기의사를 굳힌 이상 ‘상황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상되는 ‘상황변화’와 그에 따른 관심포인트를 정리해 본다.》
◆DJP 관계 어떻게 될까?
내각제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공동정권의 운명은 전적으로 김종필국무총리의 결단에 달려 있다. 김총리는 그동안 이에 대해 한번도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유사한 질문을 던져도 “잘 될텐데 쓸데없이 걱정부터 한다”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간접적인 표현으로 결별 의사를 내비친 적은 몇번 있었다.
김총리는 지난해 12월 자민련 중앙위원 연수회에서 내각제 약속이 안지켜질 경우 “우리도 성질이 있으니 ‘몽니’를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1월말 자민련 국회의원 및 당무위원 연찬회에서는 “여러분과 함께 하고 여러분과 함께 끝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자민련 관계자들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는 발언 수위를 더욱 높이기도 했다. 한 당직자는 “얼마전 총리에게 ‘총리의 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더니 총리가 벌컥 화를 내며 ‘수틀리면 갈라서는거야’라고 못박았다”고 전한다.
이처럼 겉분위기만 보면 김총리는 내각제 협상 결렬시 김대중대통령과의 결별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적지 않다. 김총리가 공동정권에서 이탈해 찬바람 부는 야당생활로 돌아가는 결정을 선뜻 내릴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다.
자민련의 한 부총재는 “결별 의사가 있었다면 1년 가까이 들어가지 않은 총리공관에 작년 12월 입주했겠느냐”면서 “김총리는 아마 총리직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김총리가 끝내 야당행을 결행하면 김대통령은 국정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당장 국회 의석이 1백5석으로 줄어 원만한 국회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더구나 내년 총선에서 호남정권 이미지 부각 등으로 입지가 약화될 것을 뻔히 내다보는 김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김총리와의 공생(共生)의 길을 추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자민련 운명 어떻게 될까?
김종필국무총리가 내각제 개헌 시기를 늦추거나 개헌 자체를 사실상 포기한 뒤 공동정권에 잔류할 경우 자민련이 이에 적극 부응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강경파들은 일단 “김총리가 그런 결정을 할 리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그런 선택을 하면 자민련은 내년 총선에서 궤멸하고 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전의 K의원은 “충청지역 민심은 한마디로 ‘내각제가 안되면 하루빨리 국민회의와 갈라서야 한다’는 쪽”이라며 “국민회의와 적당히 타협한 뒤 총선을 치르면 살아남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의 C의원도 “여론조사에는 잘 잡히지 않을지 몰라도 충남 지역의 반여권 정서가 대단하다”고 역설한다.
이들은 그러면서 92년 14대 총선에서 민자당내 공화계의 참패를 근거로 제시한다. 3당 합당 후 실시한 당시 선거 결과 대전 충남 지역에서 부여의 김총리와 보령의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 청양―홍성의 조부영(趙富英)전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낙선했다는 것.
따라서 이번에도 설사 김총리가 김대중대통령과의 연대를 유지하더라도 충청지역 의원들은 내년 총선 당선을 위해 독자 행보를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그럴지는 의문이다. 김총리의 움직임이 결정되면 지역 여론도 움직일 가능성이 없지 않아 이에 역행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여권으로부터 유형 무형의 설득작업이 가속화될 경우 당 자체가 자중지란에 빠질 공산이 크다. 특히 충청권 정서가 상대적으로 약한 충북을 포함해 다른 지역 의원들이 김총리와의 동행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당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