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中日)잠정조치 수역에서 조업중이던 우리 어선 선양호와 우정호가 설연휴 기간 중 일본순시선에 나포된 사건은 한중일(韓中日)3국간의 해양질서가 아직 과도기적 불안정성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2백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인정한 유엔해양법 협약이 96년 발효된 이후 EEZ가 겹칠 수밖에 없는 한중일 3국은 각각 새로운 해양질서를 수립하기 위한 전단계 조치로 쌍무적 어업협정 체결을 서둘러왔다.
현재 한일 양국은 1월23일자로 신어업협정을 발효시켰고 한중과 중일은 각각 98년과 97년에 새로운 어업협정의 서명까지 마쳤으나 국회비준절차를 밟지 않아 미발효상태다.
선양호와 우정호 나포사건도 바로 이처럼 중일간의 신어업협정이 아직 발효되지 않고 있는 와중에 발생했다. 우리 정부나 일본이 서로 ‘애매모호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컨대 중일간에 분명한 EEZ경계가 획정돼 있었다면 우리 어선은 한일 어업협정을 준용, 입어허가를 받고 일본측 EEZ수역에 들어가 조업활동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우리 어선들은 ‘중국의 EEZ에 해당하는 서쪽수역’에서 조업했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중일간에 ‘다툼’이 있는 수역이다.
영유권 분쟁지역인 댜오위도(釣魚島·일본측 이름은 센카쿠)를 어느 국가의 영토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중일간 잠정수역 내의 EEZ중간선도 달라지고 선양호 등이 나포된 지점이 중국측 EEZ가 될 수도, 일본측 EEZ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나포수역이 공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교통상부가 나포사건 발생 직후 외교채널을 통해 ‘다툼’이 있는 과도수역에서의 어선 나포는 외교적 비례(非禮)임을 강조하고 특히 한일 어업협정에 따라 양국 어선의 상대측 EEZ조업개시일(19일)을 불과 나흘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 어선을 나포한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면서도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