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체벌문제는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 교육현장의 오랜 숙제다. 우리의 경우 교육개혁 차원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된 상태다. 그러나 얼마 전 체벌교사에 대한 112신고 사례를 계기로 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하더니 교육부가 체벌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물론 ‘제한적 허용’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체벌금지 조치가 실패로 돌아갔음을 교육당국이 자인한 셈이 되고 말았다. 교육당국의 되풀이되는 시행착오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체벌금지 조치가 뿌리내리지 못한 원인부터 찾아내는 것이 순서다. 교사들은 ‘체벌 추방’이라는 이상론에 치우쳐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교육계에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체벌금지 당시 ‘회초리’ 없이 학생 통제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그렇다면 학교 내에 질서와 규율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 이를테면 교칙을 위반한 학생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다. 그러나 교육계는 그동안 효과적인 대체 수단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번 체벌 허용은 ‘교권 확립’의 명분으로 교육부가 다시 교사 편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자기중심적 행동으로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거나 심지어 교사에게 대들기까지 하는 아이들을 통제하려면 매를 갖고 있는 것과 없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문제는 체벌의 부정적 측면이다. 폭력성 체벌이 청소년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점에 대한 보완책이 없으면 체벌 허용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체벌 허용조치와 함께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민주적 합의에 근거하고 사회통념상 합당한 범위’라는 체벌원칙을 제시했으나 모호하기 그지 없다. 교사들의 회초리는 기본적으로 ‘사랑의 매’여야 한다. 감정이 배제된 진정한 ‘사랑의 매’가 되기 위해서도 학교재량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교육부 차원에서 구체적인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반드시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벌의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체벌문제에서 어른들이 놓치기 쉬운 것이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스승에게 무조건 복종하는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교사들은 당장 편한 체벌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부단한 노력으로 이같은 변화를 읽어내고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학부모가 맡아야 할 몫도 크다. 가정에서도 ‘사랑의 매’를 아껴서는 안된다. 학교에서 예절과 질서의식을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런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부작용은 크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