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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시장이 바뀐다 2]「엔터테인 산업」급부상

입력 | 1999-01-04 19:59:00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지난해 ‘비디오게임학’을 전공하는 4년제 대학교가 문을 열었다. 디지펜(Digi―pen)공대다. 설립 첫해 신입생 40명 모집에 세계 각지에서 1천여명이 지원했다.

당시 대학측은 1백50억달러 규모의 비디오게임산업이 계속 신장함에 따라 해가 갈수록 더욱 우수한 학생이 응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과학기술원의 테크노경영대학원 최고정보경영자과정은 97년 교과목에 ‘게임’을 개설했다. 과목내용은 80년 설립돼 고도성장을 거듭하다 89년 갑자기 파산한 ‘피플 익스프레스’의 경영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블록깨기’‘스페이스 인베이더’ 정도에 익숙한 30,40대로서는 적응하기 힘든 변화다.

“패미콤을 하고 싶어요.”

95년 1월 일본 고베(神戶)대지진 때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57시간만에 구출된 한 초등학교 3년생이 현지기자들에게 한 첫마디다.

죽음의 공포에서 빠져나온 열살짜리 소년의 이 한마디에 그의 부모와 일본사회는 놀라워했지만 가정용 오락기기인 패미콤 생산업체 닌텐도는 환호했다. 닌텐도는 즉시 재해지역에 게임기 5천개를 구호물품으로 보냈다. 닌텐도는 1백년 전인 1898년 설립 당시 화투를 만든 회사며 1970년대까지도 카드와 골패를 생산하는 그야말로 영세기업이었다.

전자생물을 기르는 휴대용게임기 ‘다마곳치’는 96년말 출시되자마자 불과 몇달새 전세계에 수천만개가 팔렸다. 미국 뉴욕의 초등학교에서는 다마곳치가 보채는 전자발신음 때문에 수업이 힘들어지자 이 전자 애완동물의 학교반입을 금지시켰다. 한국과 홍콩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어졌다.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비디오 캐릭터 등엔 이미 ‘엔터테인 산업’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전문가들도 ‘엔터테인 산업(Entertain Industry)’의 미래는 말하기 어려워한다. 해마다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전망치를 내놓기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굳이 찾자면 미국 포레스트그룹이 미국내 게임CD 매출을 97년 1천만달러에서 2001년에 20배인 2억달러로 예측한 정도.

국내에서도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영화 ‘토이 스토리’가 인기다. 7천5백만달러를 투입해 만든 이 영화는 15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우리나라가 자동차 2백60만대를 수출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파프는 엔터테인 산업의 성장추세를 이렇게 묘사했다. “지금 미국에는 쿠데타가 일어나고 있다. 군부나 급진주의자가 아니라 오락산업이 일으키는 쿠데타다”라고.

미국에선 영상산업의 부상으로 군수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에 몰려 있던 항공우주 통신 등 군수산업에 종사하던 고급인력들이 할리우드로 자리를 옮기고 있기때문.

컴퓨터그래픽 시뮬레이션 가상현실 등 첨단기술과 특수효과가 필요한 할리우드가 군수업계의 고급인력을 향해 손짓했기 때문. 영화 ‘타이타닉’의 시뮬레이션 기술자는 화성탐사선 패스파인더를 설계했던 미항공우주국(NASA)의 직원이다. 컴퓨터특수효과 기술자도 이전에 군사훈련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사람들이었다.

미래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도 “상상력이 부(富)를 만드는 오락산업이 21세기 국가경쟁력에서 제조업을 대신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