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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임연철/밀레니엄 버그

입력 | 1999-01-03 20:09:00


새 밀레니엄이나 21세기의 시작이 왜 2000년 1월1일부터가 아니고 2001년 1월1일부터냐는 의문이 자주 제기되고 있다. 대답은 간단하다. 서력(西曆)이 영(零)의 개념이 없는 로마숫자가 쓰이던 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5세기말 스키타이의 수도승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영이란 개념을 모른채 예수의 탄생년을 AD 1년으로 잡으면서 영의 개념에 익숙한 현대인을 혼란속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엑시구스는 영의 개념을 몰라 현대인에게 혼란을 준데 반해 1950년대 초기의 컴퓨터 제작자들은 2000년 표기문제를 간과해 밀레니엄 버그를 예상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컴퓨터의 기억용량이 극히 미미했던 당시의 프로그래머들은 1956년을 56으로 줄임으로써 기억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이 금세기가 다가도록 계속돼 밀레니엄 버그라는 재앙으로 다가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2000년의 마지막 두자릿수 00을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해 잘못 작동되는 밀레니엄 버그의 예고편 같은 사고가 새해 첫날 스웨덴에서 발생해 전세계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임시여권을 발행하는 공항의 컴퓨터가 99년의 ‘99’를 ‘작동중지’로 인식해 동작을 멈춘 사고였다고 한다. 명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큰 밀레니엄 버그를 미리 보는 것같아 찜찜하다.

▽세계적으로 밀레니엄 버그 예방을 위해서는 베트남전과 고베지진의 비용을 합친 것과 비슷한 5천9백20억달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초기 컴퓨터 제작자들이 간과했던 문제가 천문학적 비용을 필요로 하는 재난을 몰고온 셈이다. 현실로 다가온 밀레니엄 버그 재난을 피하기 위해 우리도 철저한 대책의 수립이 요망된다.

임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