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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박래정/재벌 구조조정의 후유증

입력 | 1998-12-09 19:22:00


정치가 필요에 따라 변신하는 ‘동물’이라면 경제현상은 이보다 수십 수백배 더 예민한 동물에 흔히들 비유한다.

소수의 세력이 실리를 다투는 정치보다 훨씬 많은 변수가 개입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재벌들의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연 매출이 조단위로 올라서면 적어도 1백개 이상의 거래업체와 1만여명 이상의 임직원이 딸린다.

이런 재벌들이 서로 합치고 갈라서고 맞바꾸는 사업구조조정에 엄청난 이해가 걸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 그래서 기업 수뇌부는 보안유지에 신경을 쓸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강조하는 정부의 등쌀에 밀려 재벌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우는 8일 전 계열사의 정리방안을 사장단에 알린 수시간 뒤 곧바로 대외에 이를 공개했다.

소리소문 없이 사업구조 개조에 나설 경우 ‘또 유야무야 넘어간다’는 정부측 시각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도 대동소이한 어려움에 빠져 있다.

정부의 재벌개혁은 국내외에 승전보를 과시했지만 떠들썩한 구조조정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해당기업과 수천개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몫으로 남았다.

외국기업과의 양해각서(MOU)차원의 설익은 거래를 공개하는 기업들도 크게 늘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방송에 나와 “재벌총수가 유치한 외자가 무엇이냐”고 공박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쪽의 ‘다급함’을 보이고 나면 매물 값은 더욱 헐해진다.

재벌 구조조정의 진정한 목표는 경쟁력 강화다. 체질이 강화되면 자연 대외신인도도 올라간다.

이 점에서 재벌 개혁작업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성적표를 점검하는 것 못지않게 물밑에서 구조조정을 이끄는 정재계간 ‘협조게임’도 간과해선 안된다.

박래정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