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만 같아라.’
D램 반도체 가격이 11월 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타고 있다. 수출액도 크게 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모처럼 휘파람을 불고 있다.
주력 제품인 64메가 D램(8×8메가형)의 경우 미주 현물시장에서 ‘사자’는 주문이 밀려 10일 현재 9.89∼10.77달러까지 올랐다. 10월말 9.24∼10달러로 출발, 11달러 고지에 육박하고 있는 것.
이같은 가격 상승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업계는 7월부터 4개월간 계속했던 ‘일주일 감산’을 이달에는 건너뛸 전망.
D램 가격은 연초부터 계속 떨어져 6월경 바닥을 쳤다.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10달러선은 일찌감치 무너지고 7.53∼8.14달러까지 떨어졌다. ‘안되겠다’ 싶은 한국과 일본업계에서 일주일간 전라인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은 것이 이때. 감산이 시작된 7월 이후 반도체 가격은 오름세로 반전, 10월초까지 30%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한동안 제자리 걸음을 거듭, ‘크리스마스 PC 특수가 사라진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다.
선행지표인 현물 시장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자 국내 업계는 최근 고정거래선인 미국의 대형 PC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을 10% 가량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상승과 함께 수출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크리스마스 물량이 본격적으로 밀려들면서 지난달 반도체 부문 전체 수출액은 전달보다 18%, 주력 제품인 64메가 D램의 경우 20%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 재고를 확보하지 않고 곧바로 구매업체에 넘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D램 가격 상승은 수요 증가와 함께 한일간의 적극적인 공조 감산으로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업계에선 64메가 제품의 경우 이제 수급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물 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16메가 D램 일부제품은 ‘공급 부족’ 현상까지 일고 있다. 일본의 일부 업체에서 16메가 D램을 단종시키거나 물량을 큰폭으로 줄였기 때문. 그러나 이미 판매된 워크스테이션이나 데스크톱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수요가 아직 남아 있어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같은 급상승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직은 미지수. 업계에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은 일시적 반등”이라는 견해와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인 상승 국면을 맞았다”는 의견으로 아직은 엇갈리고 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