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구성애인가?” 최근 TV에서 능청스런 입담으로 ‘열린 성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아우성 아줌마’ 구성애씨. 그의 등장은 우연일까. 80년대 후반부터 우리사회의 ‘실세’(?)로 떠오른 ‘아줌마 수다 펀치’의 계보를 살펴보면 ‘돌출’이 아닌 ‘진화’임을 알게 된다.》
▼ 계보 ▼
80년대 후반부터 10년. ‘극성스럽고 꼴불견인 아줌마’의 모습을 ‘열정적이지만 편안한 미즈’로 바꿔놓은 이들.
△80년대 후반 문화센터에서 바람을 일으키다 90년대 들어 ‘노래교 교주’로 등극했던 구지윤씨 △96년 중반 호탕한 웃음과 함께 ‘주부 우울증 특효약’으로 노래를 팔았던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이 어울리는 아줌마 문인숙씨 △‘빛나는 여자, 향나는 여자’라는 화두로 97년 봄 화려하게 등장해 느긋한 충청도 사투리로 주부들을 웃기고 울린 현대여성교육원 원장 정덕희씨 △‘아줌마가 얘기하는 성(性)’의 인기 사회교육강사 구성애씨.
▼공통분모▼
나이는 40대중후반∼50대초반. 나이에 비해 젊어보이지만 극적인 인생의 반전을 경험한 이들이라는 점도 공통분모.수도여사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보통 주부’였으나 동아문화센터의 노래부르기 강좌를 맡으면서 인생이 달라진 구지윤씨.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중고교에서 18년간 음악선생님으로 재직했다 3년간의 미국생활 후 문화센터 강사로 나선 문인숙씨. 부잣집 맏며느리가 됐지만 남편의 사업실패로 보험회사 영업직 등을 전전하다 야간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사회교육강사가 된 정덕희씨. 연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학생운동, 농민운동에 전념하다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으로 전환한 구성애씨.
탁월한 ‘말빨’ 또한 공통트레이드 마크. 아줌마다운 유머와 솔직성, 체험에서 이끌어내는 생생한 소재들. ‘아줌마’이기에 가능한 요소들이다.
싸이콜로지코리아의 최창호소장은 “이들의 ‘아줌마성’은 ‘방어기제’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나’보다 딱히 잘난 것 같지도 않은 이들의 진솔함이 얘기에 귀기울이게 한다”고 설명.
▼화두(話頭)의 변화▼
이들은 같은 유파지만 ‘강호’의 변화에 따라 다른 화두로 다른 부류의 ‘아줌마부대’를 대변해 왔다. 구지윤∼문인숙씨의 시대인 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은 우리사회의 거품시대. 여유가 생겼으나 뾰족한 ‘레저’를 찾지 못하던 주부들에게 이들은 ‘노래+수다’라는 돌파구를 열어주었다.
90년대 후반 경기침체 조짐은 뭔가 것을 요구했다. 97년초부터 방송에 사회교육강사로 자주 등장한 정덕희씨는 고생끝에 부자 남편을 만나 잘살다가 다시 고생했던 경험을 ‘팔았다’. “힘있는 아내, 실패한 남편을 끌어 올리는 아내” “현모양처보다는 현모능처(賢母能妻)나 현모지처(賢母知妻)가 되자”는 메시지는 ‘남편들 기살리기’라는 사회적 요구와 맞아 떨어졌다.
구성애씨. 박진생정신과의원장은 그의 출현을 이렇게 설명한다. “IMF시대같은 불황기에는 ‘레저’욕구가 움츠러드는 대신 ‘성적 욕구’가 강해진다. 어른들이 자연스레 성(性)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청소년 대상 성교육이 오히려 성인 남녀에게 더욱 파고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 또 성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별로 경험하지 못한 성인은 ‘딸딸이’ ‘쌌다’같은 표현을 서슴없이 내뱉는 구씨의 ‘아줌마다운’ 솔직성에 매료된다는 것.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