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일이다. 모처럼 긴 휴가를 내 젊었을 때부터 꿈꿔왔던 유럽 배낭여행을 두달간 단행했다. 그 때 경험은 나에게 ‘한국이라는 우물’을 벗어나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독일 뮌헨에 들렀을 때 얘기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 잠시 짬을 내 공원 수돗가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하던 버릇대로 수돗물을 틀어놓고 이를 닦고 있었다. 그러자 지나가던 독일인 여성이 얼굴을 찌푸리며 나에게 다가와 한마디 던졌다.
“물을 쓰지 않을거면 수도꼭지를 잠그고 배낭에 있는 컵에 커내 쓰시면 어떠냐.”
여행하면서 만났던 젊은 배낭여행자들의 절약정신도 놀라웠다. 휴지를 몇번이고 접어가면서 아껴쓰는 모습에선 입을 다물지 못했다. 1달러, 1마르크를 아끼기 위해 짜내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정말 배울만 했다. 갖고다니던 치약을 끝까지 쓰기 위해 배낭에 거꾸로 매달아놓은 청년도 그중 하나였다.
한겨울의 독일에선 이런 모습도 보았다. 어느날 아침 숙소에서 눈을 뜨니 바깥이 웅성거렸다. 차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해 주민들이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비질을 했다. 한국에서 흔히 보듯이 차 시동을 걸고 히터를 돌려 차창의 눈을 녹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 사람들이라고 해서 우리보다 돈을 더 흥청망청 쓰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난번 여행에서 절실히 배웠다.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기준은 자원의 소비가 아니라 절약에 있다는 생각이다.
김상호(동방페레그린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