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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새선택②]獨-英-佛「좌파정부」 유럽통합 이끈다

입력 | 1998-09-29 19:49:00


총선열기가 달아오르던 이달 초순 독일 사민당(SPD)의 게르하르트 슈뢰더후보는 영국의 스릴러 작가 프레데릭 포사이스에게 편지를 보냈다.

“유럽의 공동외교및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영국 프랑스 독일 3자연대가 필요하다. 유럽이 빈국과 부국으로 양극화돼서는 안된다. 빈국의 사회적 문제를 우리가 끌어안아야 한다. 때문에 독일과 프랑스의 축을 영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프랑스가 발끈했다. 프랑스―독일의 축이 침하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우려는 슈뢰더가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현실로 나타났다. 프랑스 정계는 당장 유럽통합의 방향과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 유럽합중국을 목표로 한 유럽연합(EU)의 통합작업은 독일의 헬무트 콜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이 운전하는 ‘독불(獨佛) 기관차’에 의해 추진돼왔다. 그러나 슈뢰더 독일 총리예정자는 본인이 시인하듯 정통 사회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한 프랑스의 리오넬 조스팽 현 총리보다는 온건 개혁성향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가깝다. 외교정책면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친프랑스주의자인 콜총리와는 달리 미국과 유럽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력하자는 대서양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이때문에 앞으로 유럽 통합의 중심축이 영독(英獨)연대 또는 독일―프랑스―영국의 3자 연대로 옮겨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블레어총리는 28일 스카이 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영국―독일―프랑스의 중도좌파 정부들이 공조하는 3자 연대 가능성을 시사해 맞장구를 쳤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대통령은 변화의 조짐을 포착, 슈뢰더 총리예정자를 금주내에 파리로 초청하기로 함으로써 프랑스가 계속 독일과 유럽의 주도세력으로 존재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중도좌파정부가 집권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영국이 힘을 합친다면 유럽통합은 경쟁력 회복을 통한 경제성장보다는 복지제도와 실업해결, 효율적 분배정책을 추구하는 인간중심적인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28일 EU집행위가 독일 총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각종 결정을 늦춰왔다며 EU가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관계자는 “각국의 중도좌파 정부들이 복지와 실업문제 해결에 우선권을 두게 될 경우 각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 화폐통합 일정이 예정보다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중부 및 동유럽국가까지 포괄하는 범유럽기구로 성장하려는 EU의 계획도 예산 확보 등의 어려움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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