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도 유엔의 한 보고서는 세계에서 검소하게 사는 나라로 독일 영국 미국 일본 이스라엘 5개국을 꼽았다. 모두 부강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영국총리 관저에는 가정부가 없는 것이 전통이고 후쿠다 전일본 총리의 집은 25평에 불과했다. 독일 학교의 교과서 뒷장에는 수십명의 전 소유자 이름이 가득 기록되어 있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번 안식일이 시작되는 금요일 오후에만 장을 본다.
▼‘미국부자들의 놀라운 비밀들’이라는 책은 뉴욕타임스에 45주간이나 베스트셀러로 올랐던 화제작이다. 저자가 관찰한 백만장자들의 일곱가지 공통점 중 첫번째는 수입에 비해 대단히 검소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주택에 중고차를 선호하고 자녀들을 소박하게 키우는 ‘이웃도 눈치 못챌 정도의 부자들’이 백만장자 전체의 83%나 됐다고 한다. 저자는 ‘부(富)는 수입보다 자제할 줄 아는 생활에 의한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지난주 방한했던 로만 헤어초크 독일대통령이 남기고 간 검약정신이 화제다. 3박4일 호텔에 머무르는 동안 그가 사용한 물건은 수건 단 6장에 불과했다. 호텔측이 준비한 귀빈용 식사를 사양한 채 피자 한판을 수행원들과 나눠 먹었다고 한다. 외출할 때는 방의 모든 전등이 꺼져 있었다. 독일대통령의 몸에 밴 근검절약 습관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아래 있는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준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지도자들은 많았다. 조선초기 유관(柳灌)이라는 판서는 흥인문 밖 초가에 살면서 비가 오는 날이면 방안에서 우산을 쓰고 지냈다. 그리고 늘 우산없는 집은 얼마나 고생이 심할까를 걱정했다고 한다. ‘사치한 자가 임금을 섬기면 반드시 욕됨이 있고 검소한 자가 임금을 섬기면 임금과 벼슬을 온전히 보존한다’는 당시의 말이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이규민 논설위원〉kyu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