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자의 눈]김창혁/용서 구하는 日의 태도

입력 | 1998-09-20 20:23: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내달 7일의 일본 국빈(國賓)방문을 앞두고 ‘값진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의 용서하는 마음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수 많은 한국여성을 이른바 ‘정신대(挺身隊)’로 동원한 만행에 대해 용서하는 마음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말은 정신대 또는 군대위안부이지, 얼마전 공개된 유엔인권소위 ‘맥두걸보고서’는 일본이 아시아전역에 설치했던 군대위안소를 명백한 ‘강간센터’로 규정했다. 또 이를 노예제라고도 했다.

김대통령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이 진심으로 ‘반문명적 전과(前科)’를 반성 사과하면 최대피해자인 한국민을 대표해 용서해주겠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용서없이 가해자가 스스로 죄를 씻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일본은 김대통령 방문 때 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의 특별담화에 담긴 사과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민당정권은 한술 더떠 당시 ‘무라야마 사과’도 그가 진보적인 사회당출신 총리였기 때문에 가능했었다며 “한국은 도대체 언제까지 과거사문제를 말할 참이냐”고 짜증을 낸다고 한다.

무라야마총리의 사과가 ‘일본의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후 계속된 일본 각료들의 망언(妄言)으로도 충분히 증명됐다.

한일 양국간에 팬 골을 메우려면 무엇보다 성의가 중요하다.

‘피해자의 요구’에 억지로 따르라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중재자인 유엔이 낸 객관적 해법을 따라 보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의 국가책임을 인정하고 강간센터 설치에 관여한 군인들을 찾아내 단죄하는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최소한 ‘맥두걸보고서’를 경청하는 자세라도 가져야 한다.

김창혁 (정치부) chang@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