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의 이름에 들어있는 ‘稔’자. 옥편에서 이 한자를 찾으면 ‘임’으로 되어 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본음인 ‘임’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념’으로 읽고 있는데도 ‘임’만을 고집하고 있는 우리 옥편의 현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국내에서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옥편 ‘대한한사전(大漢韓辭典)’이 나왔다.
88년 작업을 시작한 지 10년만에 값진 결실을 맺은 양철우(楊澈愚·73) 교학사 대표.
“10년전, 나이 예순이 넘어가면서 우리 출판문화사에 길이 남을 역작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국학이나 한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지식의 토대도 마련해주고 싶었구요.”
수록 한자 3만8천여자에 본문만 4천여쪽. 정확한 음과 뜻, 그 변천 과정, 어원과 출전 용례 등을 총망라했다.
10년이란 세월이 말해주듯 이번 사전 편찬 작업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엄청난 제작비용. 특히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던 올초엔 IMF 한파로 잠시 작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사전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과연 팔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양대표는 그래서 책이 나온 지금 직접 영업에 뛰어 들었다.
지난 52년 전쟁의 와중에 출판사를 설립, 47년간 외길을 걸어오며 국내 유수의 참고서 전문출판사로 입지를 굳혀온 양대표. 그는 91년부터 ‘국사대사전’도 편찬하기 시작했다. 경제난으로 작업이 일시 중단되고 있지만 이 ‘국사대사전’ 역시 ‘대한한사전’ 못지 않은 역작으로 만들겠다는 의욕만큼은 굽히지 않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