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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열풍]이우혁씨 『새로움 추구가 곧 판타지정신』

입력 | 1998-09-04 19:40:00


“판타지의 특징은 무한한 상상력에 창조의 바탕을 둔다는 거죠. 지역배경 시대등 아무런 속박이나 제약을 받지 않는 것입니다.”

판타지 소설 ‘퇴마록’, 영화 ‘퇴마록’의 메가히트에 이어 새 장편 ‘왜란 종결자’까지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킨 작가 이우혁(33). 그는 남다른 바그너광(狂)이다. 바그너의 음악극을 담은 음반이 3백여장, 영상음반(LD)이 50여장. 한소절만 들어도 작품과 등장인물을 알아맞출 정도로 그는 바그너에 푹 빠져 있다.

그러나 애호가라는 점 외에도 그는 큰 부분을 바그너에게 빚지고 있다. 그가 소설에서 사용한 폭넓은 상상력이 많은 부분 바그너의 음악극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

“‘니벨룽의 반지’4부작으로 대표되는 바그너의 음악극은 그시대의 대표적 ‘판타지 문학’이었습니다. 고대 신화와 중세 기사의 전설을 결합한 그의 작품이 학생시절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그가 사랑하는 ‘니벨룽의 반지’는 바그너 음악의 핵심을 이루는 연작 음악극. 고대 북유럽의 서사시 ‘에다’ 등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된 작품으로 나흘밤동안 상연되는 일대 거작이다. 작품은 마지막날 ‘신들의 황혼’에 이르러 신들의 거처인 발할라성이 붉게 타오르면서 끝을 맺는다.

“현대 판타지 문학의 선구로는 50년대 ‘반지 3부작’을 쓴 남아프리카 출신 영국작가 톨킨이 꼽히지요. 북유럽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고대 종족들의 이야기를 집대성했습니다. 그러나 그도 바그너보다는 한세기 뒤졌습니다.”

그는 “직접적인 차용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톨킨이 틀림없이 바그너의 음악극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의 판타지 문학 붐에 대해 그는 색다르지만 설득력있는 진단을 내린다. 톨킨의 판타지 문학은 60년대 이후 주사위와 말판을 이용하는 ‘역할 놀이 게임(Roll Playing game)’의 줄거리에 응용돼 붐을 이뤘고 PC등장 이후 컴퓨터 게임화 되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는 설명. 이런 내력때문에 일부에서는 ‘톨킨류(流)’의 판타지만을 정통으로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실제로 그가 ‘왜란 종결자’를 발간하면서 ‘한국적 판타지’를 표방하자 PC통신에는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그런 내용이라면 정통 판타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그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것의 추구야말로 판타지 본래의 정신”이라고 못박는다. 그런 새로움과 도전이 있기에 개성이 중시되는 오늘날 판타지가 더욱 환영받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다.

“한국인에게는 인간 구원이 중요한 테마입니다. 한을 풀지 못한 원귀 이야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죠. ‘퇴마록’에서부터 이런 우리의 정신세계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무대는 동서양을 오가지만,바탕에 깔린 정신만은 우리의 것으로 하겠다는 그의 다짐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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