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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銀지점장의「깨끗한 마무리」…고객피해 우려 인수팀도와

입력 | 1998-07-01 07:33:00


인수통보를 전날에야 받아 준비가 덜 된 하나은행은 5개 인수은행중에서 가장 험악한 꼴을 많이 당했다.

충청은행 직원들은 5백20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불법인출했다. 28일에는 인천지점에서 충청은행 대리가 차를 몰고 지점 정문으로 돌진하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5개 퇴출은행 직원들이 이렇게 출근거부, 주전산기 암호교체, 주요 기밀서류 파괴 등의 행동으로 인수업무를 방해하는 사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훈훈한 퇴출’이 충청은행 한 지점에서 일어났다.

충청은행 대전 가양동지점 박종덕(朴倧德)지점장은 29일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8시에 출근했다. 계약직 직원을 포함해 직원 7명도 모두 출근했다.

이들은 하나은행 인수팀을 맞아 지점 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현금 및 수표와 함께 각종 증서와 인장 등을 인계했다. 금고열쇠도 즉각 넘겨줬다. 이들은 퇴근을 미루며 인수팀을 도왔다. 덕분에 인수팀은 본점의 전산망이 가동되는 즉시 정상 업무에 들어갈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박지점장은 인수팀에게 “우리를 믿고 거래했던 고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 나는 아무래도 좋지만 부하직원은 모두 고용해달라”고 말했다.

가양동지점 직원은 지점장, 대리, 남자행원 2명, 여자행원 2명, 파트타임 직원 1명, 청원경찰 1명 등 모두 8명.

전산업무가 마비돼 30일부터는 일단 여직원 3명만 은행에 나와 고객 안내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은행 가양동지점 직원들에게는 ‘단체행동 방침을 어기고 인수팀에 협조한 배신자’라는 동료들의 비난 전화가 가끔 걸려왔다.

이날 가양동지점을 제외한 충청은행 본점과 다른 지점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전산요원들이 모두 잠적해 전산망 가동에 필요한 암호(패스워드)조차 알아낼 수 없었다.

하나은행 김승유행장은 “이 어려운 상황에 그런 용감한 모습을 보인 직원들은 신용을 지킬 줄 아는 진정한 금융인”이라며 “재고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박지점장은 “고객과 거래업체를 위한 일이지 내가 살기위해 그런 것은 아니다”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고용이 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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