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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안병준/美-中 전략적 협력관계 활용하자

입력 | 1998-06-01 20:10:00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6월말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미국을 국빈으로 방문한다. 때마침 인도와 파키스탄간에 핵대결이 가열되어 미국과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간에 이른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같이 급변하는 전략환경에서 한국은 한미관계와 미중관계를 잘 조율해 남북관계를 주도하는데 활용해야 할 것이다.

▼ 남북관계 주도 기회로 ▼

우선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핵대결은 세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는 대다수 국가가 이미 조인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정치적으로 불안한 남아시아에서 핵전쟁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틈타 북한이 또다시 벼랑끝 핵외교를 시도하거나 파키스탄과 미사일 또는 핵기술협력을 추진한다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동북아의 안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억제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협력한다면 작년 10월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이 클린턴과 합의했던 미중간의 ‘전략적 동반관계’는 현실화될 것이다. 중국은 인도와 영토분쟁을 수차례 겪었고 세력다툼을 계속해 왔으며 파키스탄에는 핵 및 미사일 기술을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인도가 5차 지하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클린턴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장쩌민으로 하여금 파키스탄 정부에 서신을 보내도록 종용했다고 한다. 미국의회에서는 다수 의원들이 클린턴 행정부가 96년 인공위성 발사기술 일부를 중국회사에 판매하는 것을 허용한데 대해 크게 반발해 클린턴의 중국방문 취소를 요구해 왔다. 장쩌민은 클린턴의 방중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파키스탄정부에 핵실험 자제를 요구하는 서신을 보냈고 클린턴도 6월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던 것이다. 그 결과 대만문제 및 인권, 핵기술전수 등에 대해 상당한 이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중간의 전략적 협력은 제고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미중관계 호전이 한반도 안정과 남북관계에 기여할 수 있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북한과 남북관계의 장래에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평화나 안정이 지속되어야 한다는데 중국은 미국과 공통된 시각을 갖고 있다. 또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들간의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데 중국은 한국과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 다만 중국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미국하고만 협상해 중국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는데 반대해 왔을 뿐이다.

최근 중국 당국은 북한이 당면한 경제난과 정치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자신이 93년부터 해외에서 석유와 식량을 수입해왔으면서도 북한에만은 매년 1백만t 가량의 석유와 식량을 공급해온 것이다. 이처럼 단독으로 북한의 생존을 보장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으므로 중국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이 실현되기를 진정코 바라고 있다. 사실 한반도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간의 갈등 못지않게 중국에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및 미사일 경쟁을 억제하는데 미국과 중국이 협력한다면 이것은 한반도의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韓美 사전조율 이뤄야 ▼

우리가 원하는 남북대화와 기본합의서 이행을 실현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중국은 대미관계를 무엇보다 중시한다. 이 때문에 미중관계가 좋아져야만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 및 우리와 협조할 수 있다.

미중관계가 남북관계개선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중국의 역할에 대해 한미조율을 이루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성공시키고 남북간 화해협력을 실현하는데 중국이 적극 동참하도록 한미간에 철저히 사전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한미정상회담이 미중 정상회담 이전에 워싱턴에서 열리게 되었으므로 남북대화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에 대해 한미간에 전략적 조율을 해야 할 것이다.

안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