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쓰려 견딜 수가 없는데 아무 이상도 없다니요?”
“위장 치료해 달라니까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니….”
요즘 종합병원의 소화기내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
환자가 ‘위가 부은 것 같다’ ‘음식이 명치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뱃속에 가스가 찬 것 같다’ ‘입에서 문뱃내가 끊이지 않는다’ 등등 소화장애로 병원을 찾았다가 ‘멀쩡하다’거나 ‘스트레스부터 치료하라’는 의사의 처방을 받고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위 췌장 담낭 등 소화기관 자체에 이상은 없는데 소화장애를 느끼는 증세를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한다. ‘신경성 위염’으로도 불린다.
이 증세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기는지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IMF시대인 요즘 주로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생기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람에 따라 불안하거나 슬픔에 쌓이면 소화기관에 몰리는 피가 갑자기 늘거나 줄기도 하고 위액의 분비량이 바뀌면서 무리가 오기 때문에 이상이 생기는 것.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보다 구체적 증세에 따라서 △명치 부분이 쓰리거나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 아픈 ‘궤양형 소화불량증’ △위의 운동력이 약해지면서 소화가 안되고 명치에 무엇인가 꽉 찬 듯한 ‘운동부족형 소화불량증’ △갈비뼈 아래에 불끈 열이 나며 아픈 ‘역류형 소화불량증’으로 나뉜다.
증세와 정도에 따라 치료약이 다르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궤양형’에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 ‘운동부족형’엔 위운동을 촉진시키는 약, ‘역류형’엔 두 종류의 약을 함께 복용하도록 권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정신과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하거나 정신상담을 받아야 한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오래 내버려 뒀다고 위궤양이나 위암 등으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함부로 궤양 치료제나 소화제를 먹어 위의 방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 위궤양에 걸릴 위험이 크다.
또 맵고 짠 음식을 계속 먹거나 폭식, 불규칙한 식사를 하면 위가 약해져 병이 악화한다.
산보나 맨손체조 등 간단한 운동을 하고 취미활동이나 가족 간의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즉시 푸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송인성과장,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교수)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