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 비자금사건의 수사착수 방침을 밝히자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긴장의 빛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전과는 달리 상황이 1백80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의 관계자들은 “검찰이 김차기대통령을 건드릴 수 있겠느냐”며 수사의 불똥이 한나라당으로 튈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김차기대통령의 비자금문제의 본질보다는 비자금 공개과정의 금융실명제 위반 등에 집중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불법선거 기도(企圖)보다 도청을 문제삼았던 92년도 초원복국집 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맹형규(孟亨奎)대변인이 31일 “검찰 수사가 결코 특정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논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이 이날 고발인인 박헌기(朴憲基) 김영일(金榮馹) 이국헌(李國憲) 황우려(黃祐呂)의원 중 한 사람이 검찰에 출두해 달라고 통보한 데 대해서도 당사자들은 마뜩찮은 반응이다. 이들 가운데 한 의원은 “내용도 모르고 이름만 빌려달라기에 해줬더니…”라며 부담스러워 했다. 한 당직자는 “검찰이 수사를 빨리 끝내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볼 때 결론은 뻔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당과 검찰이 이 사건을 정치보복으로 끌고 가려는 조짐을 보일 경우 김차기대통령의 검찰출두촉구 등 정치쟁점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