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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자/신년정국 전망]『차기 실세총리』 김종필

입력 | 1997-12-31 18:33:00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는 차기 김대중(金大中·DJ)정부의 ‘실세 국무총리’가 된다. DJ의 ‘1.7%차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공동정부’의 한 축을 굳힌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JP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만년 2인자’로 살아온 오랜 정치역정 탓일까. 그는 요즘 특유의 ‘기다림의 정치’‘여백(餘白)의 정치’를 즐기고 있다. “아직은 아무런 할 얘기가 없다”는게 ‘침묵’의 이유. 당분간은 언론의 인터뷰에도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JP는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을 불쑥 찾은 기자를 만나서도 ‘차기 총리…’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아직 그런 소리 하는 게 아니다”며 입을 막았다. 곧바로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꾸려나갈지…’라고 질문을 했지만 역시 “그런 얘기도 지금은 해서는 안된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나머지 사람들은 조용히 당선자를 밀어주기만 하면 된다. 이 사람 저 사람 나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재삼 강조했다. 기자가 “김총재는 기자들 애를 먹이는 데는 일가견이 있다”고 하자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원래 내 스타일을 잘 알면서…”라며 끝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JP는 여권, 즉 권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다.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안다. 또 움직일 때를 재고 기다리는 데는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다. 그는 그렇게 때로 권력에 반항하고 때로 권력에 몸을 숙이면서 굴곡 많은 정치인생을 살아왔다. 그에게는 ‘얼마 남지않은 몇 마일’의 과제가 있다. 당장은 ‘실세총리’의 위상을 굳히고 내친김에 필생의 목표인 내각제실현까지 질주해야 한다. 앞으로 그의 행보는 정치인생을 건 ‘마지막 도박’이다. 따라서 요즘 JP는 침묵속에서 ‘남은 몇 마일’을 마저 가기 위한 각오와 자세를 가다듬는 것 같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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