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같지않게 움츠러드는 연말. 두 중견 가수의 화음에 귀기울이면 어떨까. 패티 김과 조영남이 처음으로 낸 듀엣 음반 「우리 사랑」이 중년팬들의 연말 송가가 되고 있다. 주부 노경순씨(39)는 『장바구니가 가벼워져 우울한 마당에 모처럼 성인을 위한 노래가 나왔다』며 반긴다. 「우리 사랑」은 3만장을 넘어섰다. 처음엔 망설인 끝에 6천장만 풀었다. 그런데 추가 주문이 이어졌다. 히트 조짐. 이 음반을 구상한 이는 패티 김이다. 그는 여름쯤 남성 가수와 콘서트를 기획하던 차에 아예 음반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고른 상대는 30여년간 우정을 나눠온 후배 조영남. 머리곡 「우리 사랑」을 조영남이 작사 작곡한 데는 사연이 있다. 곡을 젊은 작곡가들에게 부탁했으나 무겁고 스케일이 큰 노래가 많았다. 두 사람의 「무게」를 의식했던 탓. 패티 김과 조영남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름답되 평범한 사랑의 노래를 바랐다. 결국 패티 김이 조영남에게 『니가 직접 만들어라』고 명령했다. 이로 인해 조영남은 「화개장터」이후 두번째로 직접 만든 노래를 갖게 됐다. 패티 김은 『조영남이 히트곡없는 가수로 유명하지만 이 노래는 히트곡으로 만들겠다』고 벼른다. 가사도 우연처럼 요즘 세태를 빗댄 듯하다. 「지금 우린 가진 것도 없는 연인/그러나 한가지 우리에겐 사랑이 있어/수평선같은 눈보라같은 소나기같은 밤하늘같은 사랑」. 음반에는 「미련」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그대 그리고 나」 「이별」 「사랑이여」 「초우」 등 11곡을 담았다. 두 가수는 또 내년 1월7일 오후 7시반 세종문화회관에서 듀엣 공연을 펼친다. 특히 내년은 패티 김의 음악인생 40주년. 그는 『내년에 국내외에서 커다란 이벤트를 준비중인데 좋아하는 후배와 함께 그 문을 연다』고 활짝 웃었다. 마침 티켓이 연말 선물용으로 적합해서 잘 나가고 있다. 이 공연은 특히 오랜만의 성인 무대라는 뜻에서 종합유통사 SMK(회장 이광남)가 선뜻 1억원이 넘게 협찬,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이 문화관련 비용을 삭감하는 요즘 분위기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공연은 듀엣 음반에 미처 못 실은 노래와 기존 히트곡으로 꾸민다. 02―782―4595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