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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위기…』 해외교민 불면의 밤

입력 | 1997-12-16 20:38:00


경제위기와 이에 따른 환율폭등의 여파는 해외 교민사회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상사주재원들과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승용차를 내다 파는 바람에 중고차 값이 폭락하고 19일 뉴욕에서는 귀국학생을 실어나를 대한항공 서울행 특별기가 뜬다. 재외공관 상사에는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이미 「골프장 금족령」이 내려졌다. 대규모 인원감축으로 「군살」뿐만 아니라 「생살」까지 뺀 해외상사들은 본사 송금이 줄거나 끊기자 임대료가 싼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거나 이미 지급한 보너스를 회수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또 단순노무직 아르바이트나 불법 취업자리까지 찾고 있는 유학생들은 대학측에 공납금 분납을 공식 요구하는가 하면 귀국여부를 놓고 고민하다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해외상사 및 공관〓런던에 있는 D건설은 본사송금이 중단되자 최근 주재원들에게 지급한 보너스를 회수했다. 또 S그룹은 내년 초부터 주재수당을 비롯한 지원금을 30% 삭감키로 해 주재원들은 싼 집 찾기에 나섰다. 모스크바에 있는 정보통신업체 A사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사무실 운영비를 본사에서 보내지 않자 예비비로 필요경비를 메우고 있다. 그러나 경비절감보다 국가신인도 하락에 따라 사업하기가 너무 어려워진 것이 더 문제다. K상사 모스크바지사장은 『한국내 은행에서 개설한 신용장에 유럽계 우량은행의 보증을 요구하는 파트너가 늘고 있다』며 『이는 종전까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중국주재 한국대사관은 16일부터 외부손님과 약속이 없는 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결의했다. 독일주재 한국대사관은 초청만찬의 단가를 15% 줄였으며 독일행정부의 베를린 이전에 따라 추진해온 대사관저 매입을 중단했다. ▼유학생〓내년 새학기 등록을 앞두고 조기 귀국하는 미국내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또 뉴욕주립대 등 몇몇 대학의 유학생들은 공납금을 네차례에 걸쳐 분납하는 방안을 대학측과 협의중이다. 미 대학들중 상당수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번째로 유학생이 많은 한국에 동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학생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어학연수생들은 이미 거의 조기 귀국했거나 귀국할 예정이다. 뉴욕주 교육국 관계자는 『한국 유학생들 중 최소한 4분의 1이 조기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새로운 현상〓런던에서는 최근 현지신문의 알림 난에 「귀국 급매」라고 적힌 자동차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뉴몰든지역에 이같은 매물이 많은데 현지상인들은 매물이 급증하자 중고차 가격을 평소의 절반수준으로 깎고 있다. 또 한국계 기업들이 썰물처럼 철수하면서 요즘 미국 뉴저지 일대에서는 주택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각종 가구와 비품들이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 상사주재원과 부인들이 자주 이용하던 퍼블릭골프장에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뜸해진 가운데 우리 공관과 회사들은 대부분 골프금족령을 내렸다. 베이징(北京)의 한국인 최대 거주지인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경우 최근 한국대사관과 기업들이 아파트측과 임대료 재협상을 벌여 임대료를 20% 인하키로 합의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임대료를 인하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특파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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