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Fool(나는 바보)」이라도 할 수 없고, 「I’m Fired(난 해고됐어요)」라도 어쩔 수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웃을 일이 없는 IMF시대. 인천시립극단의 광대들이 서울시민들에게 웃음보따리 선물을 안겨준다. 연강홀 초청으로 25일까지 공연되는 셰익스피어 번안극 「실수연발」. 우울한 연말,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위해 만들었다는 축제같은 연극이다. 시작부터 떠들썩하다. 삼국시대 한복을 입은 엿장수가 객석사이에서 가위를 쩔렁거리며 『당신의 엿 한가락이 경제를 살립니다』하고 외치고 다닌다. 포졸이 가만있을소냐. 『민심을 들썩거리며 엿을 파는 것이 어째 수상하다』며 엿장수에게 통행증을 내놓으란다. 『어디서 왔어? 뭣이, 고구려? 이거 간첩이구먼!』 무대는 백제다. 20여년전 고구려상인 부부가 아들 쌍둥이와 하인 쌍둥이를 데리고 배를 타던중 폭풍을 만나 뿔뿔이 흩어졌다. 엿장수가 바로 그 고구려 상인이다. 서로를 찾으려다 우연히 백제에 몰려든 식구들. 그러나 모두들 쌍둥이인 줄 모르고 살아왔는데 똑같은 사람이 두쌍 들락거리자 쌍둥이의 아내고, 처제고, 주변사람들이고 헷갈릴 수밖에 없다. 무대는 실수연발, 설상가상이니 사정을 다 알고 있는 객석은 포복절도일 수밖에.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 작업에 끈질기게 매달려온, 그래서 인천에 고정관객까지 두고 있는 연출자 이승규씨(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는 이 작품에서도 「글로벌 시대의 한국판 셰익스피어」를 들고 나왔다. 배우들이 옛 한복을 입고 사물놀이 장단에 탈춤까지 고루 섞이지만 연기와 말투, 진행 템포는 신세대들이 「깝박」 넘어갈 만큼 감각적이다. 하인 쌍둥이(한인택 정하진 분)부터 작부(김영화)까지 배우 20여명의 연기와 노래가 탄탄하다. 가끔 신파극처럼 과장된 몸짓이 나오나 적절한 긴장과 이완으로 객석을 쥐락펴락한다. 극작가 브레히트는 희곡 「푼틸라와 마티」에서 『제대로 웃어보지 못한 사람은 험한 산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실수연발」은 제대로 웃겨준다. 이제 험한 산을 넘는 것은 관객 몫이다. 02―708―5001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