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달러 광란」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 초 8백원선이던 달러당 원화 환율이 무려 두배 가까이 치솟아 1천5백원대의 벽마저 무너진 10일. 환율폭등에 속앓이를 해오던 국내 유학생 가족은 학자금 부담이 두배로 늘어나자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미국 보스턴대에 아들을 유학보낸 장영희(張英姬·51·여)씨는 『아들에게 한달에 1천달러씩 보냈는데 환율폭등으로 늘어난 송금액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 지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유학생들은 현지 대학측에 등록금 할부 납부를 요청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유학생은 가족이 부쳐주는 송금이 몇달째 끊기자 등록을 포기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에서 유학중인 이은진(李恩珍·30)씨는 『한국 유학생 5백명이 내년 학기 등록금 4천달러를 한꺼번에 조달할 방법이 없자 학교측이 등록금의 절반을 먼저 받고 나머지는 4개월 동안 2회 분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고 전했다. 미국 유학생 김모씨(28)는 『등록금 납부 마감일인 12일까지 돈을 마련하기 힘든 상태』라며 『내년 초에 일정액의 벌금을 물고 재등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율이 상한선을 넘어 외환시장의 거래가 중단된 상태이며 김포공항의 입 출국자도 달러화 거래를 줄여 나가고 있다. 외환은행 공항지점 김한남(金翰南)지점장은 『최근 국내외 여행객의 환전실적과 은행이용객수가 평소보다 45%가량 줄었다』며 『외국인 관광객은 달러화 강세로 싼 가격에 관광을 할 수 있게 되자 한화 환전을 절반 가량씩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 수입업체와 거래를 하는 중소 수출업자들은 『해외 수입업자들이 원화 평가절하에 따라 수입가격을 계약 당시보다 평가절하된 만큼 깎아내리려 들어 애를 먹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까지 급성장을 거듭하던 여행업계도 환율폭등으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하자 이미 1백여개 업체가 부도로 쓰러졌으며 시간이 갈수록 문을 닫는 여행사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현두·이 훈·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