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1천4백원을 넘어서고 3년짜리 회사채 금리도 법정 최고금리(연 25%)에 바짝 다가서는 등 금융시장 혼란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기준 환율보다 17.50원 높은 1천3백50.00원에 거래가 시작된 뒤 줄곧 오름세를 보여 마감 직전에는 이날의 상승제한치인 1천4백65.70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10일 기준환율은 전날보다 91.10원 오른 1천4백23.60원으로 결정됐다. 또 자금시장에서는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전날보다 2.00%포인트 높은 연 24.95%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기관끼리 거래하는 콜금리는 연 24.79%로 전날보다 4.49%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9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8.83포인트 떨어진 388.00을 기록, 다시 300선으로 주저앉았다. 〈천광암기자〉 ▼자금시장〓한은 자금부는 아침부터 각 은행에 『단기자금 좀 내놓으라』는 재촉전화를 하는 것이 일. 3개월짜리 기업어음(CP)과 3년짜리 회사채 거래는 거의 끊겼다. 시장에 돈 구하러 나오는 기업들은 모두 「과연 종금사가 은행에서 하루짜리 콜자금을 얻어오느냐」에 목을 뺀다. 굴지의 재벌그룹 계열사 회사채도 사려는 금융기관이 없어 도로 가져간다. 대출을 3개월, 1년단위로 연장하거나 새로 대출받는 것은 꿈도 못꾼다. 개인이라면 아파트 입주금을 급전으로 메우고 계속 하루짜리 자금으로 이어가는 꼴이다. 8일 새로 돌아온 종금사의 어음은 총 2조1백40억원. 이 돈을 메워주기로 했던 특수은행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때문에 하루짜리 콜금리와 3년짜리 회사채 금리가 함께 연20%를 훨씬 웃돈다. 금융관계자들은 『불황에 연간 20%이상 순이익을 낼 기업이 없지만 부도를 안 내려고 자금을 구하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외환시장〓「달러당 1천4백원대. 일반 고객들이 살 때는 1천5백원에 육박」. 고객들은 불과 한달사이에 달러당 5백원씩 오른 달러값에 말문이 막힌다. 외환딜러들도 『숨막히는 환율이다』 『상상도 못했다』 『이값에 어떻게 거래하나』라는 말만 토해낸다. 외화 부도위기인 종금사들은 가격불문 「사자」주문이다. 기업들도 「무조건 사자」에 가세했다. 해외차입은 풀릴 기미가 없다. IMF자금은 은행 외화부도 막기에 다 들어간다. 시장에 「팔자」주문이 없다. 국제금융시장에선 『한국의 정책은 언제나 너무 늦고(too late), 약효가 너무 약하다(too little)』고 비아냥댄다. ▼주식시장〓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는 것은 국내 금융시스템의 고장에 따른 것. 종합주가지수는 다시 400선 아래로 곤두박질했다. 단기자금이 부족해진 은행 증권 투자신탁 등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무차별로 내다팔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지난 달 21일이후 4천1백여억원을 순매도했다. ·정경준·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