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 중국은 9일 개막된 4자회담 본회담에서 기조연설과 회의중 발언을 통해 주요쟁점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밝혔다. 4자는 우선 이 회담의 목표가 불안정한 평화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데는 아무런 이견을 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평화체제 수립 때까지 현재의 정전협정 체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시영(李時榮)한국측 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공고한 평화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현 정전협정 체제는 철저히 준수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특히 군사정전위원회의 기능이 하루 속히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측은 한국과 같은 입장임을 밝혔고 중국측도 이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은 정전체제는 무효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94년 4월의 군사정전위 북측대표단 일방철수, 지난해 4월의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의 유지 및 관리와 관련한 임무의 포기선언 등 북한의 일관된 정전체제 와해기도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대신 북한은 본회담에서 정전체제를 대체할 북―미(北―美)평화협정의 체결문제를 논의하면 된다고 주장했으며 한미(韓美) 양국은 이에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 입장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있으므로 남북간에 별도 협정이 필요치 않으며 『남한의 군사주권을 쥐고 있는 미국과의 협정만 있으면 된다』는 북한전래의 냉전논리였다는 후문이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날 오후 열린 2차회의에서 본회담의 개최 주기와 회의운영방식 등과 관련한 주요 사항에 대해 먼저 합의를 이끌어 내자고 촉구했다. 양국은 특히 이번 본회담의 최대 관심사인 분과위 구성문제와 관련, 예상대로 △평화체제 구축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등 두개 분과위 설치 방안을 제의했다. 향후 본회담을 분기(석달)마다 한번씩 제네바에서 개최하고 2차 본회담을 내년 2월에 갖자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분과위 구성과 회담운영 문제는 4자의 전원 합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유연한 태도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북한은 주한미군철수와 북―미평화협정체결 문제에 대한 집중적 논의를 보장할 수 있도록 분과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경협과 대북식량지원 문제는 이날 회담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측이 이 사안들은 4자회담과 별개라는 입장을 밝혀 온데다 한국측도 이를 위한 별도 분과위 설치를 추진하려다 이를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제네바〓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