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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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덩어리」 쌍용자동차가 대우그룹에 전격인수됨에 따라 우리경제의 「뇌관」이 대규모 폭발직전에 가까스로 제거됐다. 이번 쌍용차 매각을 계기로 한보 기아 등 지지부진했던 부실기업 처리문제도 빠르게 진전될 전망이다. ▼인수협상 막전막후〓쌍용그룹은 올해초만 해도 삼성그룹과, 최근엔 독일 벤츠사와 쌍용차 인수협상을 벌였다. 쌍용은 특히 벤츠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지난 8월 한달여간 자산실사까지 끝마친 벤츠사는 최근 경제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긴급구제금융까지 지원받는 상황에 이르자 발을 빼기 시작했다. 벤츠사는 지난달말 쌍용그룹측에 『한국의 경제위기가 심각한 마당에 수억마르크를 투자하는 쌍용차 인수계획을 이사회에서 통과시키기 힘들다』며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쌍용측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국내 다른 기업에 쌍용자동차를 넘겨도 상관없다」는 벤츠사의 의중을 확인한 쌍용은 대우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평소 특별한 유대관계가 없었지만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회장과 쌍용그룹 김석준(金錫俊)회장간의 협상은 순조로웠다. 비밀협상으로 진행된 탓에 일부 대우 관계자들은 『쌍용측으로부터 아무 것도 받지 못하고 2조원의 부채를 떠안는 것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쌍용자동차가 부도났다면〓쌍용자동차의 부도는 곧 총자산 15조8천억원으로 한국 재벌 순위 6위인 쌍용그룹 전체의 부도를 뜻한다. 쌍용그룹이 부도난다면 관련업체들은 연쇄부도 회오리에 휩싸이고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을 감당하지 못해 금융체제자체가 붕괴하는 등의 극심한 부작용이 예상됐었다. 또 「쌍용그룹마저…」라는 불안감이 확산돼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재벌그룹들도 함께 무너지는 등 국가경제전체가 파국을 맞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는 것. ▼뇌관은 제거됐나〓쌍용그룹은 한국경제를 초토화할만한 「뇌관」이었다. 이번 인수합의로 일단 쌍용이라는 뇌관은 제거됐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 쌍용그룹의 버거운 짐을 쌍용그룹 대우그룹 금융권 등 3자가 골고루 나눠안았기 때문이다. 쌍용그룹의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 위성복(魏聖復)상무는 『쌍용그룹이 은화삼골프장매각 등 추가 자구노력을 할 계획이어서 부채상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쌍용그룹전체의 부채비율도 지난 6월말 현재 409%에서 쌍용자동차 매각후에는 330%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얼마나 개입했나〓IMF체제 이후 첫번째 대기업간 계열사 거래로 기록될 이번 인수와 관련,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가 8일 오전 채권금융기관장 회의에 참석했다. 대우와 쌍용측은 『정부에는 5일경 통보했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선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들. 정부가 무엇보다도 채권금융기관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 협상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가 떠안는 부채에 대해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추가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조건은 정부의 조정역할 없이는 결론짓기 어려웠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구조조정 활발해질까〓정부가 『기업간 인수합병은 업계자율에 맡기겠다』고 주장해온 기존 입장을 바꿔 이번 협상에 적극 개입한 것에 대해 재계는 나머지 부실기업의 처리에서도 정부가 일정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대우가 받은 것처럼 은행들이 부실기업인수자에게 비슷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져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대우가 쌍용차를 인수함으로써 LG를 누르고 재계3위로 올라서게 됨에 따라 나머지 그룹들도 세불리기 경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편 올들어 연쇄부도 소용돌이에서 쓰러진 대기업은 한보 진로 기아 등 10개그룹. 이들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계열사의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인수가능업체들은 부채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상환조건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수를 꺼려 아직 성사된 것은 한건도 없었다. 〈이영이·이희성·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