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긴급 구제금융을 제공한 뒤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IMF는 올해 하반기만 인도네시아에 1백억달러, 태국에 40억 달러를 지원한 뒤 한국에는 IMF 사상 최대인 2백1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해 자금난을 겪게 되었다는 것. 스탠리 피셔 IMF수석부총재는 5일 기자회견에서 『IMF의 금고도 매우 불안한 수준까지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IMF가 한국 등에 제공키로 한 긴급구제금융액을 제외하고 현재 남아있는 기금은 4백40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고 액수까지 밝혔다. IMF가 우려하는 상황은 한국처럼 대규모 긴급 구제금융이 필요한 국가가 다시 나올 경우. 현재 러시아 브라질 말레이시아의 재정사정이 위험수위에 육박함에 따라 이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MF는 회원국들이 약속한 기금을 내놓지 않을 경우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IMF가 가장 불신하고 있는 회원국은 가장 큰 「돈줄」인 미국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IMF의 기금 총액은 1백81개국이 낸 2천억달러 정도. IMF는 급할 경우 「일반차용협약(GAB)」에 따라 미국 일본 등 11개 부유국가들로부터 2백50억 달러를 빌려오고, 「신규차용협약(NAB)」에 따라 보다 많은 회원국들로부터 2백50억 달러를 차용해 쓸 수는 있다. 문제는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 이같은 액수만으로는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확실한 안전판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지난달 홍콩 IMF총회에서 회원국들이 출자금을 45% 늘릴 것을 결의했지만 아직 각국에서 이에 대한 비준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IMF 최대지분국 미국은 지난달 의회가 미국의 NAB 분담금 출자를 거부했다. 미 행정부는 내년 의회를 설득, 분담금을 내놓겠다고 다짐했지만 『미국민의 세금이 왜 재정적으로 무책임한 외국정부들을 구제하는데 쓰여져야 하느냐』는 의회의 반대여론에 부닥쳐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