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후보는 내각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론과 집권시 비상거국내각 구성문제를 둘러싸고 설전(舌戰)을 벌였다. 이인제(李仁濟)후보가 먼저 『이번 선거가 대통령선거로서는 마지막이라는 얘기아니냐』며 「내각제 개헌」을 꼬집었다. 이회창(李會昌)후보도 『김대중(金大中)후보는 내각제는 부패정권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해왔다』며 김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김후보는 『대통령 한사람의 독선 독주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되지 않았느냐』면서 『대통령제가 아니라 내각제였다면 벌써 몇번씩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맞섰다. 대통령제의 폐해를 지적하는 「우회전략」이었다. 이인제후보는 이어 김윤환(金潤煥)선대위공동의장 이한동(李漢東)대표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한나라당에도 내각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데 김후보가 집권하면 내각제 개헌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 것』이라며 화살을 이회창후보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이회창후보가 과거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로부터 내각제연대를 제의받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 이회창후보는 『근거없는 말』이라고 일축한 뒤 『김후보는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내각제가 안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김종필총재와의 약속을 깨자는것이냐』며 김후보를 계속 물고 늘어졌다. 이어 김대중후보는 『집권하면 국제통화기금(IMF)관리기간 중 「거국비상경제내각」을 구성할 생각』이라며 두 후보의 참여의사를 타진하는 식으로 거국내각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두 후보의 반응은 「동상이몽형 동감」과 「냉소적 거부」로 나뉘었다. 이인제후보는 『거국비상체제에는 전적으로 동감하며 당선자가 결정되는 12월19일부터 당장 시행해야 한다』며 『(내가 집권하면) 김후보도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역제의했다. 이회창후보는 『도와드리고 싶어도 (김후보가) 대통령이 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런 기회가 올 것 같지 않다』며 차가운 미소를 보냈다. 그러자 김후보 또한 웃으며 『내가 당선안될 것이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앞날을 잘 내다보느냐』고 되받은 뒤 『우리가 만일 당선되면 그 약속이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협조해 주리라 믿는다』며 여유를 보이는 식으로 되받았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