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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체험기]伊 거주 강문자씨

입력 | 1997-12-08 08:02:00


75년 성악을 전공한 남편을 따라 로마로 유학을 왔다. 남편은 유학생활을 끝내고 귀국, 한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나는 아이들 교육문제로 이곳에 남아 이산가족이 돼버렸다. 아들 완우(23)와 황우(21)는 현재 로마 공립대에서 컴퓨터와 언어학을 각각 전공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낯선 땅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오히려 내가 배운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한번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집에 찾아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데 어린 완우가 끼여들어 참견을 했다. 한국에서처럼 「어른들 말에 끼여들면 안돼요」하고 주의를 줬더니 이탈리아인 동료가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이들도 인격을 가진 한 인간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권리가 있다는 거였다. 집에서 하고싶은 말을 못하게 하면 자기 주장이 없는 소극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나를 나무랐다. 그렇다고 이탈리아가 예절을 무시하는 나라는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한국 젊은이들보다 더 깍듯이 윗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곳 젊은이들은 결혼해 분가를 하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부모를 찾아 함께 식사를 하곤 한다. 해외에서 생활하다보면 한국을 떠날 때의 가치관을 20년이 넘도록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는 자녀교육에도 영향을 미쳐 현재의 한국 감각으로는 구식 아이들로 키우게 된다. 얼마전 완우를 한국의 모 대학에서 실시하는 해외교포 교육프로그램에 보낸 적이 있다. 그곳에서 사귄 여자친구에게 완우가 『본관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잘 이해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완우는 「한국사람이 왜 본관도 모를까」하고 의아해 했다고 하지만 그 여학생이 완우에게 받은 느낌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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