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협약에 따른 후속조치를 놓고 정치권은 3일 몇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IMF가 정부와의 협의사항에 대한 세 대선후보의 준수이행 서명을 요구한 데 대해 각 후보는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보장 형식은 제각기 달랐다.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은 정부가 작성한 협의이행 서약서에 후보가 서명한 반면, 국민회의는 자체적으로 작성한 별도의 공한을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앞으로 보냈다. 이날 오전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가 3당 정책위의장과 만나 『IMF가 세 후보의 협약 준수의사 표명을 요구해왔다』며 협조를 당부했을 때만해도 후보 대신 3당 정책위의장들이 서명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미셸 캉드쉬 IMF총재로부터 『후보들이 직접 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강만수(姜萬洙)재경원차관은 이해구(李海龜)한나라당 정책위의장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정부가 작성한 협의준수 문서에 서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곧이어 강차관은 대구 방문을 위해 김포공항에 있던 이회창(李會昌)후보에게 달려가 직접 서명을 받아냈다. 정부측이 제시한 「김대통령에게 보내는 협의준수 서약서」의 내용은 『IMF와의 협의 내용을 협의한 내용대로 준수하겠다』는 것. 그러나 국민회의측은 정부측이 작성한 협의준수 서약서의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내용이 사무적이고 서약서라기보다 각서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사태를 불러일으킨 김대통령과 집권당의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회의측은 긴급 구수회의를 열어 정부측이 요구한 서명 대신 김대통령에게 보내는 별도의 서약서를 마련, 청와대에 보냈다. 서약서의 내용에는 『오늘의 파국을 초래한 대통령과 집권당은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께 분명한 사과를 드려야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켜 김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경제파탄에 책임을 져야 할 「주체」임을 분명히했다. 국민회의측은 또 공한 내용에 「원칙적으로 이행한다」는 문구를 삽입, 향후 3개월마다 이뤄질 IMF실사단과의 사후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의지를 밝혔다. 국민신당의 이인제(李仁濟)후보진영은 정부의 협의준수 서약서가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가파탄사태를 초래한 김대통령과 이회창후보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며 공세를 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재정경제원 관계자가 서약서를 들고오자 박범진(朴範珍)사무총장이 지방유세 중인 이후보를 대신해 정부가 작성한 서약서에 후보직인을 찍어줬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