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금융계는 정부가 19일 내놓은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책이 중장기적이고 우회적인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부족한 외화차입 등 초단기대책 응급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한구(李漢久) 대우경제연구소장〓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느낌이다. 특히 당장 발등의 불인 외화차입에 대한 가시적인 대책이 없어 금융시장 안정이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외화차입 대책 없이 환율변동폭을 확대한다는 것은 환율의 추가 폭등을 방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채권시장 개방은 국채의 경우 효력이 있겠지만 일반 회사채의 경우 돈을 빌려줄 외국금융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번 대책은 당장 물가 및 금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거액을 들여 정리기금 및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조성하는 만큼 물가물안이 우려된다. 정부측의 강도높은 긴축정책이 필요하다. 부실채권 처리나 부실금융기관 강제 인수합병은 바람직하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신속하게 나타나느냐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해당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종선(朴鍾善) 전경련 조사본부장〓정부가 부실금융기관 정리 및 인수합병(M&A)을 적극 유도하겠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한국의 신인도를 높이고 국민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그동안 재계가 요구해오던 부실채권정리기금의 확대나 환율변동폭 확대 등이 대책에 반영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발등의 불을 끄는 초단기적인 대책이 없어 아쉽다. 현재 경제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극심한 외화부족과 기업들의 자금난인데 가장 시급한 외화조달대책이 빠져있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도록 한국은행 특별융자를 확대해야 한다. 금융때문에 수출이 제한받는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시중은행 임원〓중장기 보증회사채시장을 조기에 개방한다는 방침이 가장 눈에 띈다.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은 내외금리차가 커 한국의 채권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는데 보증사채의 투자를 허용한다면 매력적일 것이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증액해 은행과 종금사가 원하는 부실채권을 연내에 사준다는 것은 무담보채권 일색인 종금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같다. 금융권에서 바라는 정부대책은 상황이 어려운 은행과 종금사에 대한 특별융자나 한국은행과 정부의 직접적인 외화차입 등 단기대책이었는데 발표된 것은 대부분 장기적이고 우회적인 대책으로 느껴진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동안 불평해온 금융기관의 부실의 진면목을 정직하고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방침은 잘 한 일이다. ▼유럽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정부대책은 당초 기대보다 강도높은 것으로 느껴진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호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만은 「왜 부실금융기관을 정리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특히 종금사들의 외화자산과 부채를 은행에 일괄양도시키기로 한 것은 과감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채권시장 추가개방이나 환율변동폭 확대 등도 환영할 만한 조치이지만 이같은 조치들이 효과를 갖기 위해서는 곧바로 시행되야 한다. 가능한 후속대책들을 계속 내놓고 미국 일본 등과 협력을 모색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금융연구원 이장영(李長榮)연구위원〓작금의 외환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는 당장 외환차입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 연말을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외환수급대책을 내놓지 않아 외국인 투자자들의 실망이 클 것 같다. 대외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채권시장 추가개방을 해봤자 어느 외국인이 투자할지 미심쩍다. 금융기관 구조조정 대책은 금융시장 불안요인을 해소하기 위한 치유책은 될 수 있겠으나 지금의 외환시장 위기를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다. 정책의 앞뒤가 뒤바뀐 셈이다. 〈이영이·이강운·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