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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호텔 『외국기업 여비서를 잡아라』

입력 | 1997-11-06 08:21:00


『본사에서 젊은 매니저가 새로 왔는데 파란눈이랑 빨간 넥타이가 얼마나 멋지게 어울리는지 몰라』 『좋겠다 얘, 우리 보스는 완전히 아저씨인거 있지』 지난달 29일 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그랜드볼룸. 이 호텔 「여비서클럽」의가을모임에 참석한 젊은 여성들사이에서 오간 얘기들이다. 호텔 예약업무를 담당하는 외국기업의 여비서는 매출액의 4분의 1을 좌우하는 최대 「물주」.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특급호텔은 저마다 여비서클럽을 운영하며 여비서를 VIP로 대접하고 있다. 미국계 기업인 잉거솔란드의 서울지사 진화춘실장(35)은 11년째 하얏트호텔 여비서클럽 회원. 그는 『대부분 외국기업에 근무하는 탓에 화제나 관심사가 비슷해 쉽게 친해지기 때문에 한달에 한두번씩 나간다』면서 『같은 업계 종사자가 많아 이직정보를 쉽게 구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80년 등장한 그랜드하얏트호텔의 프라이빗라인이 국내 여비서클럽의 원조. 90년대 들어 웨스틴조선호텔의 텔레조이, 힐튼의 탑키, 신라호텔의 바스, 롯데의 샤롯데, 서울프라자호텔의 P&P, 르네상스의 앙코르, 리츠칼튼호텔의 라네트 등이 경쟁적으로 만들어졌다. 회원수는 호텔에 따라 5백∼1천5백명. 호텔예약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면 가입비 없이 회원이 될 수 있다. 구성원은 외국기업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80∼90%에 나머지는 대기업의 해외업무담당자와 호텔예약담당자. 연령은 2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하지만 주축은 20대 중반∼30대 중반. 회원의 70%가 「화려한 싱글」이다. 남자회원도 일부 있지만 「커리어 우먼」의 기세에 눌려 참여율이 저조한 편. 웨스틴조선호텔 판촉팀의 허정윤씨는 『외국기업의 여비서는 상사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해외업무나 보스의 스케줄관리, 외국 바이어의 국내일정관리 등을 맡고 있어 이들의 「마음씀씀이」가 호텔의 영업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회원이 2,3개 클럽에 겹치기로 가입돼 있어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호텔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호텔측은 영화시사회 패션쇼 메이크업쇼 콘서트를 연중 개최하며 1년에 5,6회 정도 정기모임을 갖고 선물도 준다. 래프팅 승마 스키 등산 등 레포츠 행사도 수시로 갖는다. 이들 회원이 호텔을 이용하면 10∼20% 할인혜택도 준다. 생일 결혼기념일 등에는 식사권이나 케이크를 선물한다. 호텔측은 여비서들의 「실적」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수백건을 예약해준 회원은 해외여행권이나 소형승용차 같은 고가의 상품을 받지만 1년간 실적이 없는 회원은 자동탈락한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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