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때 피카소처럼 그렸다』 3년전 이휘재의 그림을 처음보았을 때 시인 황지우씨가 순간적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15세 소녀인 이휘재는 경기 안양시 평촌고1년생. 독창적인 그림으로 어릴 때부터 주위의 시선을 모아왔다. 그의 그림은 발랄한 상상력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집트상형문자처럼 기호화된 눈과 입술, 국그릇속에 떠있는 달, 눈속에 들어 있는 시계, 나뭇잎속에 있는 나무, 혼돈처럼 난무하는 수많은 장신구와 문양들…. 일반적인 질서와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상상적 공간은 매우 난해하면서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초등학교 5년때 그린 「꽃밭의 여자」. 여자는 손가락이 없다. 잎사귀와 가는 줄기가 이를 대신한다. 가슴에는 큰 입술이 달려있고 그속에 조그만 다섯개의 입술이 들어있다. 하늘에서는 플라스틱조각비가 내린다. 올해 그린 「지하철사람들」. 신문을 읽는 아저씨의 귀는 소라껍데기. 한쪽 눈으로는 주위를 힐끔거린다. 몇가닥 남은 머리칼은 녹색 이파리…. 아무리 넓은 공간이라도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어떤 전체를 조형해 낸다. 그가 이들 그림을 모아 개인전을 연다. 7∼13일 서울 동숭동 바탕골미술관(02―745―0745). 「눈 코 입을 찾아 떠난 사람」이란 타이틀이 붙은 이 전시회에는 지금까지 그려온 36점의 회화가 전시된다. 이휘재의 그림에 대해 화가 윤석남씨는 『온통 원초적 생명력이 흘러 넘친다』 황지우씨는 『사물이 아니라 꿈에 닻을 내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휘재의 아버지는 극작가 이강백씨, 어머니는 시인 김혜순씨. 이씨는 『제도권 미술교육의 산물이 아니라는데 나름대로 의미를 둘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어떻게 끊임없는 상상의 세계를 지켜줄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송영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