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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의미담은 고구려벽화…프레스코작업 진영선 개인展

입력 | 1997-11-03 07:56:00


프레스코. 벽에 석회를 바르고 그것이 채 마르기 전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벽화제작기법. 고구려고분이나 르네상스시대의 벽화가 모두 이 기법으로 만들어 졌다. 15년간 이 작업을 해온 작가 진영선씨(고려대교수)가 개인전을 갖는다. 6∼1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나화랑(02―545―2151). 『그동안 실패를 거듭하며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그가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작품은 모두 20여점. 고구려고분벽화에 나타나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작품들이다. 평면작업은 직접 벽에 그릴 수 없어 옮길 수 있게 만든 첨부식. 고분벽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따로따로 분리시켜 새롭게 독자적인 역할을 부여했다. 말타고 활을 쏘는 무사, 악사의 연주, 춤을 추는 무희…. 프레스코를 활용한 다양한 입체적 접근도 눈에 띈다. 원형 또는 구(球)를 만들어 그 외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그려진 그림을 부착하는 방식. 현대의 수학적인 사고와 고대 동양의 음양사상을 연결한 「0의 소리」란 대형작품도 있다. 여기에는 0에서 99까지의 숫자가 원을 그리며 씌어있다. 무(無·0)가 곧 모든 것의 시발이라는 표현. 진교수는 벽화의 의미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벽과 바닥 천장 등을 모두 활용했다. 「시간의 방위」 「시간의 자리」 「시간의 소리」 「시간의 그림자」…. 한결같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제목으로 붙인 그의 작품들은 현재와 역사의 연결을 시도한다. 진교수는 『몇년전부터 고구려벽화바람이 불고 있지만 내용에만 눈을 돌릴 뿐 기법이나 재료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며 『앞으로 재현의 의미를 넘어 재창조의 차원에서 작업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진교수는 서울대미대를 졸업한 후 뉴욕의 프래트미술대학원에서 수학하고 다시 프랑스국립미술학교와 로마 ICCROM에서 본격적으로 프레스코를 연구했다. 지난해에는 고구려 장천고분벽화를 국립중앙박물관에 재현하기도 했다. 프레스코는 석회가 마르기전 짧은 시간에 재빨리 그림을 그려야 하는 등 기법이 까다롭고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를 다룰 줄 아는 작가도 손꼽을 정도이고 전시회도 거의 없었다. 〈송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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