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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정치」 원년. 대선후보 TV 토론회가 봇물을 이룬 올해는 TV가 정치속으로 성큼 뛰어든 텔레크라시(Telecracy·TV정치)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 같다. 『TV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때문에 유권자의 판단이 흔들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미디어 정치는 광장 정치를 안방 정치로, 돈다발 선거를 돈 안드는 선거로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같은 변화의 주역인 TV 3사는 선거날까지 미디어 정치의 참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치열한 대선방송 경쟁을 벌이고 있다.》 TV에서는 이미 선거전이 한창이다. 최근 각 방송사들이 선거방송단을 구성하고 대선 개표방송전쟁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TV3사가 경쟁적으로 도입한 첨단 장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가상현실 스튜디오」. 고성능 컴퓨터로 앵커와 가상 배경을 합성해 화면에서 앵커가 개표소와 정당 당사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효과를 낸다.지난해 4.11총선에서 초보적인 가상스튜디오를 도입했던 방송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한층 앞선 시스템을 선보인다. KBS는 94년부터 자체 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해온 가상현실 스튜디오인 「드림세트」를 완성했다. 선거방송단 김흥섭PD는 『지난해 총선 때 사용한 「스모키2」시스템은 2차원의 화면을 만들어냈지만 이번 「드림세트」는 3차원의 다양한 입체화면을 보여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전국 3백3개 개표소와 전용 회선망을 연결하고 최첨단 개인정보단말기(PDA)시스템을 활용, 다양한 개표결과 분석을 내보낸다는 계획. MBC는 KIST, 포항공대 팀과 함께 가상 스튜디오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컴퓨터 그래픽은 미국 NBC가 사용한 문자표출 장비를 수입해 70여가지의 다양한 포맷으로 입체 화면을 선보인다. SBS가 준비하고 있는 가상 스튜디오는 「사이버 스튜디오」. 김장년 보도제작국장은 『지난 총선때 사용한 이스라엘 RT셋사 제품의 기능을 보완해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국민일보사 신축 건물 메인 로비에 대형 스튜디오를 설치하는 등 10억여원을 들여 개표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개표 방송의 승부는 얼마나 빨리 결과를 예측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KBS는 선거 당일까지 8차례 투표자 조사를 하고 과거의 투표유형 등을 종합해 「인공지능 신경망」을 가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점친다. MBC와 SBS도 10여차례의 여론조사로 갖가지 「가상 답안」을 마련해놓는다. 이 결과예측을 언제 내보낼 것인가를 놓고도 방송사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 같다. SBS는 개표율이 2%에 이르렀을 때 결과 예측방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MBC는 부재자 투표함 개표를 마치고 개표율이 3∼4%에 이르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KBS는 실제 투표자들의 성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5∼6%는 되어야한다는 신중한 태도. 따라서 어느 방송사가 얼마나 빨리 정확한 「당선 발표」를 하느냐가 이번 선거방송의 백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TV 3사는 개표 결과에 대비해 당선 유력후보 3∼4명을 점찍고 진작부터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제작에 들어간 후보와 제외된 후보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는 요즘이다. 〈허 엽·김희경·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