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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사건」판결문 요지]

입력 | 1997-10-13 20:06:00


선고에 앞서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인식하고 법적 절차를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하려고 했다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특히 이 사건이 정치와 관련된 재판인 만큼 여론에 의한 재판도 우려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법정안에 들어온 이상 사건은 사건이고 정치나 여론의 바람은 법정안에 들어올 수 없으며 법관의 양심과 법에 따라 이 사건의 재판에 임했음을 밝혀둔다. ▼ 판결이유 ▼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죄에 관한 판단. 가. 실명전환 및 금융상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범죄사실에 관하여 ⑴이성호로부터 수수한 「금품이나 이익」의 대상에 관하여 ①이성호로부터 김현철에게 매월 제공된 5천만원은 김현철이 이성호에게 위탁관리한 50억원에 대한 대가로 제공된 이자상당의 것으로 보이고 50억원과 무관하게 이성호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제공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이성호가 김현철로부터 50억원을 의뢰받은 시기와 김현철에게 매월 5천만원을 제공한 시기가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고 월 5천만원은 당시 월1%의 사채금리와 일치한다. ②특가법 제3조의 「금품이나 이익」이라 함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 만이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 무형의 이익」을 뜻한다. 김현철이 이성호로 하여금 50억원을 실명전환하게 한뒤 보관 관리시키고 그 대가로 매월 5천만원을 받은 금융상의 편의는 아래의 이유로 특가법 제3조의 금품이나 이익의 개념에 해당된다. ▼ 단순한 지인관계 이상 ▼ ―이성호로 하여금 50억원을 실명전환토록 해 이에 대해 피고인이 자금출처 조사를 당하거나 과징금을 징수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면한 점 ―자금출처 조사의 위험을 감수하고 이같은 거액의 가명계좌를 통한 실명전환을 맡아줄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웠던 상황에서 실명전환 부탁을 들어준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만 하는 점 ―이성호로서도 금융실명제 실시로 거액에 대한 자금출처 소명이 쉽지않고 거액의 세금을 부과당할 수 있어 이를 보관하면서 매월 5천만원을 조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점 ⑵이성호로부터 받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의 부탁에 관하여 ―이성호는 대호건설이나 자신의 일가에 관련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서 일이 잘 처리되도록 관련공무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단순한 지인 사이의 애로사항의 상의라고 볼 수 없다. ⑶「알선의 부탁」과 「수수한 이익」사이의 대가성에 관하여 ①이성호가 김현철에게 계속적으로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 청탁에 관한 구체적인 부탁을 한 것과 김현철을 위하여 50억원을 실명전환한후 이를 보관하면서 매월 5천만원씩 돈을 지급하는 금융상의 편의를 제공한 것 사이에는 아래의 이유로 대가관계가 있었다 할 것이다. ―50억원을 보관하면서 5천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할 때 이성호는 서초구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선정 등과 관련된 구체적인 부탁을 하고 있었고 이성호는 이를 기화로 김현철과 만날 기회를 자주 가지면서 계속 사업상 도움을 얻고자 하였던 점 ―장차 부탁을 계속할 생각이 없었다면 50억원을 실명전환해주고 매월 5천만원을 제공하는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성호는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공보처 관계자 등에게 알선 청탁해 달라는 구체적인 부탁을 하였고 일부는 실제로 해결되기도 한 점 ―김현철도 이성호가 하는 알선 청탁에 관한 부탁 중 일부를 해결해주기도 한 점 ―50억원 관리사실을 극비에 부쳤으며 5천만원을 받을때나 50억원을 반환받을때도 수수과정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전액 현금으로 지급된 점 ②위에서 본 바와 같이 김현철과 이성호 사이에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한 구체적인 부탁이 이루어지고 그 부탁과 금융상의 편의 제공에 관한 대가성을 두사람이 암묵적으로 서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이로써 특가법 제3조를 적용하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나. 금 5억2천4백20만원을 초과반환 받았다는 범죄사실에 관하여 ⑴피고인 김현철이 초과반환 사실 및 부탁과의 대가성을 인식하였는지에 관하여 ―김현철이 먼저 25억원의 반환을 요구한 점 및 스스로 통장과 자기앞수표 등을 관리해오다가 직접 이성호에게 교부한 점과 이성호로 하여금 3억원을 박태중에게 교부하도록 할 때 자신이 맡긴 돈중의 일부를 주도록 분명히 밝힌 점, 이성호에게 맡긴 돈의 액수를 묻는 검사질문에 『정확한 액수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23억원 정도인 것 같고 예금통장 6개와 수표7억9천만원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점을 종합하면 김현철은 25억원의 반환을 요구할 당시 이성호로부터 받을 돈이 19억7천5백만원 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돈의 보관과 반환시기 경위 등을 비추어보면 이성호가 나창주의원 사건으로 부친이 불이익을 받지않도록 해주고 대호건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도와준 것에 대한 사례의 뜻과 더불어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등 도와달라는 취지에서 실제로 반환하여야 할 금액을 초과해서 요구받은 25억원 전액을 지급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되므로 대가성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조세범처벌법위반죄 및 특가법위반(탈세)죄에 관한 판단 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하여 ⑴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함은 조세의 포탈을 가능케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⑵김현철은 신영환 곽인환으로부터 증여받은 금원을 대부분 차명계좌에 입금시켜 관리해왔고 조동만으로부터 이자명목으로 금원을 받음에 있어서는 조동만의 자기앞수표가 아닌 전전유통된 헌 수표로 받았을 뿐 아니라 이를 다시 전전유통된 다른 헌 수표로 교환하도록 하였다. ⑶납세자가 돈세탁과정을 거쳐 헌 수표로 금원을 취득하거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보관하는 경우 과세관청은 과세원인이 되는 「증여」 또는 「이자소득」이라는 사실관계를 밝혀 과세할 수가 없다. ⑷김현철은 기업에서 자신으로 온 자금흐름과 자신의 소득을 은폐하기 위한 자금은닉행위를 수행한 것이 분명하고 이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인 행위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나. 조세포탈의 고의에 관하여 ―김현철의 행위는 기업인들로부터 금원을 수수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감추기위한 것일 뿐 조세포탈이 제1차적 목적은 아니었더라도 이같은 적극적인 부정행위의 결과로 조세가 포탈된다는 사정을 알면서 그같은 자금은닉의 부정행위를 행한 이상 조세포탈에 대한 김현철의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 과세대상요건에 해당 ▼ 다. 정치자금의 제공행위는 과세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김현철이 정치자금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금원을 취득하였고 실제 정치활동에 소비했더라도 그 돈을 증여 또는 이자의 법률형식으로 수수한 이상 「증여 또는 이자」에 대하여 과세를 면할 수 없는 것이고 사기 또는 부정한 행위로 그에 대한 조세를 포탈한 이상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받아 마땅한 것이다. 라. 특가법 제8조는 헌법위반의 의심이 있다는 주장에 관하여 ―조세포탈범에 대한 법정형이 가혹하게 규정되었더라도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마. 특가법 제3조는 헌법위반의 의심이 있다는 피고인의 변호인의 주장에 관하여 ―조문이 불명확하고 애매모호하다 할 수 없고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 무죄부문 ▼ 피고인이 김덕영으로부터 15억원을 받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신한투자금융 주식반환소송과 관련한 청탁의 대가로 받았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하기 어렵다. ⑴김덕영이 피고 김현철에게 돈을 제공하게된 동기는 근본적으로 고교후배인 김현철에 대한 배려와 선배인 전세봉에 대한 도리라는 친분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덕영은 94년12월 대법원 승소판결 이후에도 김현철과 매월 동문모임을 갖고 활동비를 전달했으며 자금지원이 끝난 뒤에도 동문모임은 순수한 사교모임으로 계속됐다. ⑵김덕영이 피고인에게 신한투금소송에 관해 부탁을 하게된 93년3월 모임에서 누군가 우연히 김덕영에게 피고인 김현철에게 부탁해보라고 권유하는 바람에 즉석에서 소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간단한 언급을 하였을 뿐이다.김덕영은 95년4월 피고인에게 3억원을 제공할 당시에도 소송결과에 대한 사례의 뜻을 전달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으며 당면한 지방자치단체선거에 사용해달라는 뜻으로 보인다. ▼ 구체적 영향력 행사안해 ▼ ⑶위 소송사건은 법원에 의해 재판중인 사건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피고인이나 기타 정치인들이 청탁하거나 간섭할 수 없는 사항이 아니다. 김덕영이 서류를 통해 김현철에게 건의한 내용도 「제일은행으로 하여금 위증과 사실왜곡으로 사법부를 기만하지 말고 항소를 취하하도록 함으로써 불법적으로 취득한 주식을 반환하도록 해달라」는 것일 뿐이지 김현철을 적극적으로 위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취지는 아니었다. 다만 김덕영이 장인 양정모와 대화하면서 위 소송에서 피고인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승소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은 인정되나 김덕영은 양정모와 심각한 분쟁을 겪는 와중에서 자신의 공로를 과장해 진술했다고 인정한바 있다. 또 김덕영의 진술내용이 소송 당시의 진행상황과 부합하지 않은 점에 비춰 김현철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고 김덕영도 피고인 김현철이 실제로 위 소송과 관련해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거나 도움을 준 것으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양형이유 ▼ 김현철은 현직대통령의 아들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대해 금융상의 편의와 거액의 금품을 제공받았고 금융실명제에 반하는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등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피고인이 지인으로부터 금품을 교부받은 점 △처음부터 조세포탈을 의도하지 않은 점 △정치자금 등 지금까지 이 사건과 유사한 증여에 대해 현실적으로 조세포탈죄로 처벌받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작량감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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