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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마주보기]고려인 기구한 운명 「강제이주 60년…」

입력 | 1997-09-24 07:49:00


「큰땅백이」. 사할린처럼 좁은 지역 출신의 고려인들이 러시아 본토 대륙에 살고 있는 고려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고려인이 「큰 땅」인 중앙아시아로 이주해 살아온지 60년. 수천만평의 늪지대를 목화밭으로 일구고 황무지를 마을로 가꾸어 살아남았지만 「큰땅백이」들의 마음속 상처는 아직도 선연하다. 「큰땅백이」중에는 1938년생이 드물다고 한다. 한인 강제이주의 무대인 중앙아시아는 여름에 섭씨 45도를 넘고 겨울에는 영하 40도나 되는 극한의 땅이어서 강제이주 직후 한인들이 수도 없이 죽어갔기 때문. 「강제이주 60년…」은 이처럼 가혹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한인 두 사람의 삶을 통해 민족의 고난과 생명력을 더듬어본 2부작 다큐멘터리다. 이날 방영될 1부작 「소금밭 인연」의 주인공은 최올가 할머니(92). 연해주 최대의 갑부이자 의병장이며 연해주지역 최초의 고려인 시장을 지냈지만 볼셰비키 혁명후 토호로 몰려 비참하게 숨진 최재형의 딸이다. 최할머니의 기구한 운명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자행된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로부터 비롯됐다. 최재형이 살해당한 뒤 체포된 최할머니는 카자흐의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러시아 최북단에서 최서단까지 수천㎞를 전전하며 질긴 목숨을 이어왔다. 이같은 삶과 중앙아시아에 강제이주의 첫 열차가 도착한 9월15일 이후 한인촌 건설, 독립운동의 대 드라마가 씨줄 날줄로 얽혀 소개된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