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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씨 1심 결심공판]변호인 변론<요지>

입력 | 1997-09-22 20:31:00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수사과정에서 김현철씨가 한보의 몸통이라는 근거없는 소문에서 시작됐다. 검찰의 1차 수사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수사는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유언비어와 언론의 매도가 계속되자 검찰은 사상 유례없는 수사진 교체라는 극단적 방법을 써가며 현철씨의 처벌을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했다. 검찰은 이후 무제한적인 금융조사 등을 실시, 이 사건 공소를 제기했고 대통령 아들의 구속이라는 국가적인 불행을 불러왔다. 이는 민주국가에서 있어서는 안될 명백한 표적수사다. 법은 만인앞에 평등해야 한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유리한 처분을 받아서는 안된다. 하지만 여론이 나쁘다는 이유로 표적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우선 검찰은 현철씨를 기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법률을 적용했다. 검찰이 특가법상 알선수재죄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적용한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알선수재는 구체적인 공무원의 공무에 관해 특정된 사항을 명백히 중개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특가법상 조세포탈도 마찬가지다. 대법원 판례는 이 죄를 △조세포탈의 의도와 목적이 명백하고 △적극적인 행위가 있으며 △당국의 과세를 현저히 어렵게 한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이 법률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적용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의 두 기둥인 명확성의 원칙과 유추해석 금지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현철씨는 동문기업인들로부터 구체적인 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세금을 포탈할 목적으로 자금을 은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공판과정에서 밝혀졌다. 김덕영(金德永)씨는 현철씨에게 준 돈 15억원은 단순한 활동비일 뿐 신한종금 송사청탁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고 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김씨가 『송사가 빨리 끝나도록 도와달라』 『동문들의 어려움을 앞으로도 잘 도와달라』며 일상적으로 한 말을 「청탁」이라고 주장한다. 검찰 공소사실에는 정확히 누구에게 어떤 내용을 중개해달라는 내용이 없다. 이는 검찰이 없는 사실관계를 억지로 짜맞추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김씨조차 이같은 청탁사실에 대해 법정에서 불확실한 증언을 하고 있다. 이성호(李晟豪)씨와 관련된 알선수재부분도 이씨 자신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씨는 매월 5천만원씩의 활동비를 지급해 온 93년 이전부터 현철씨를 형처럼 따르며 사업상의 애로를 토로해 왔다. 현철씨는 이씨가 사업상의 애로나 아버지 이건(李鍵)씨 송사문제를 부탁하더라도 『한번 알아보자』『걱정이 많겠다』는 일반적인 말로 그를 위로하거나 적당히 넘겨버렸을 뿐 실제로 누구에게 청탁을 한 적이 없다. 또 이씨가 현철씨에게 활동비를 지급한 기간은 현철씨가 그에게 50억원을 맡긴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는 50억원을 반납한 후 즉시 활동비 지급을 중단했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이씨가 지급한 활동비는 검찰이 주장하듯 청탁의 대가가 아니라 맡긴 돈의 이자임이 명백하다. 검찰은 이씨가 이 돈의 출처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돈을 2년 가까이 자신의 집에 보관, 이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가인 이씨가 50억원을 굴리지 않고 2년동안 집에 보관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 한편 현철씨가 동문들에게서 받은 돈을 차명계좌에 넣어 관리한 것은 단순히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아들이 그런 큰 돈을 은행에 넣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또 현철씨의 동문들은 현철씨에게 『국가를 위해 일해 달라』며 활동비를 주었다. 그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이 나라와 대통령을 돕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던 것이며 현철씨의 활동으로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이다. 이를 증여라고 본다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정치와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범법자가 된다. 장래가 촉망되는 어린 영재들과 어려운 사람들, 예술가 등은 앞으로 장래가 막막하게 되고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철씨에 대한 검찰의 공소는 법리로 보나 실체적 진실로 보나 범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 전부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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