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종료 3분전. 1대1 동점으로 끝나는가 싶었던 순간 한국의 공격진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유상철이 오버헤드킥으로 넘겨준 볼을 후반 32분에 교체선수로 들어간 김도훈이 머리로 전진 패스했고 달려들던 이상윤이 오른발로 뛰어나오던 우즈베크 골키퍼 부갈로와 골대사이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한국이 선제득점한 것은 전반 15분. 최용수의 「동물적인 골감각」에 의한 것이었다. 박건하의 센터링을 머리로 갖다댔으나 이것이 골키퍼의 몸에 맞고 나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본능적으로 오른발 슛을 성공시킨 것. 이날 경기에서 우즈베크는 7일 일본과의 도쿄 첫경기에서 보여준 허약한 모습이 결코 아니었다. 한국이 선제골을 터뜨린 지 2분만에 우즈베크는 슈르쇼프를 앞세워 한국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수차례 실점위기를 넘긴 한국은 곧바로 우즈베크의 수비진영을 뒤흔들었다. 26분 이기형의 중거리슛이 위력을 과시했고 이상윤 박건하로 이어지는 전방 공격진이 수차례 상대 문전을 두드렸다. 추가득점을 하지 못해 1대0으로 끝냈지만 전반은 한국의 일방적인 경기였다. 한국은 후반에도 박건하 대신 고정운을 투입해 활발한 공격을 펼쳤다. 우즈베크도 전반에 벤치를 지켰던 예선 4게임 연속 득점의 골게터 샤츠키흐가 들어와 반격의 칼날을 번뜩였다. 그러나 역시 한국이 한 수 위였다. 4분만에 이상윤―서정원의 콤비플레이가 빛을 발하더니 16분에는 유상철 고정운 최용수로 이어져 터진 슛은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국은 후반 29분 문전혼전중 일순 수비망이 뚫리며 샤츠키흐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결국 경기종료 3분을 남기고 이상윤의 결승골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재권·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