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그룹은 화의(和議)를, 대농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정작 이들에게 돈을 떼인 종합금융사들은 남의 일이라는 듯 무덤덤하기만 하다. 이들의 모든 관심이 미궁에 빠진 기아사태의 해법에 쏠려있기 때문. 지난 3월말 현재 30개 종금사의 총 부채규모는 63조7백55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6.7배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에 물린 약 4조원의 채권이 이자도 못받는 부실여신으로 변질되면 상당수 종금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종금업계가 바라는 기아처리 1순위는 기아의 제삼자인수. 삼성이든 현대든 능력있는 업체가 기아를 인수하면 이자를 탕감해주는 등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깨끗하게 「기아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기아처리 수순은 부도후 법정관리. 이 경우는 기아채권이 재무제표에 부실여신으로 표시돼 대외신인도 추락은 물론 당장 문을 닫는 종금사가 속출,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종금업계는 주장한다. B종금사 사장은 기아해법의 차선책으로 은행관리를 통한 정상화를 꼽는다. 이 경우 기아여신은 부실여신으로 잡히지않아 경영부담을 덜 수 있고 채권단 주도로 강력한 자구노력을 펼치면 기아자동차는 살릴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 은행관리후 자동차의 제삼자인수도 고려해 볼만한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이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