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통령선거까지 4개월도 채 남지 않았으나 대선구도는 아직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선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긴 여권의 난맥상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선구도의 불안정은 조만간 대대적인 정계재편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그 시기가 관심의 초점이다. 대선전 정계재편은 대선구도의 대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의 이합집산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아직 분명한 모습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이런저런 명분을 앞세운 의미심장한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趙淳-李哲承연대론과 金心 ▼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趙淳(조순)서울시장 ▼ 김대통령은 지난 16일 조시장과 비밀회동을 한 데 대해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에게 『정치적 의미가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밝혔으나 이대표측은 경계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23일 다음과 같이 전했다. 『김대통령과 조시장의 비밀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는 김대통령이 「제2의 李洪九(이홍구)」를 내세우려 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에 앞서 김대통령이 휴가기간 중 청남대로 핵심측근들을 불러 이대표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져 더욱 촉각을 곤두세웠다.청와대에 사람을 보내 이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는 진언도 했다. 이대표도 21일 청와대주례회동에서 김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당히 긴장된 분위기였다고 한다. 김대통령이 「정치일정은 일절 변경될 수 없다」 「총재로서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대표의 손을 들어줘 일단락됐으나 아직 「김심」의 향방에 대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한편 지난 21일 김대통령이 을지훈련 시찰차 서울시청에 들렀을 때 조시장이 김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하고 김대통령이 조시장에게 「금일봉」을 내려보낸 것도 정치권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조시장은 「금일봉」을 받은 뒤 과장급이상 간부 1백여명을 모아놓고 김대통령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시장과 李哲承(이철승)씨 ▼ 조시장의 측근들은 조시장이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릴 때마다 정계 원로인 이철승씨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달초 개각에 앞서 조시장이 김대통령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의받고 고사한 뒤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과정에서도 이씨와 깊은 교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또 조시장의 대선캠프에 이씨의 측근인사들이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확고한 보수주의자로 내각제가 지론이며 「반(反) DJ(金大中·김대중국민회의총재)」 성향이 강하다. DJ 및 이씨와 오랜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던 김대통령도 DJ보다는 이씨와 훨씬 가까운 편이다. 이상의 몇가지 요인이 조시장과 이씨의 관계에 대한 정치권의 이목을 끌면서 여러 가지 가설을 낳고 있다. 아무튼 조시장과 이씨를 축으로 해 내각제 카드를 내걸고 보수연합을 추진할 경우 그 파괴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여권의 패배가 확실해지는 상황이 도래할 경우 여권내 보수세력까지 포괄하면서 DJ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중심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김대통령과 여권내 직계세력도 이대표로는 대선에서 도저히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DJ보다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한 보수연합이 미는 후보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있다. 조시장과 이씨와의 관계가 정치권저변에서 테동하고 있는 또 한 갈래의 보수연합 움직임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인제-박찬종 세대교체론 ▼ 이인제지사와 朴燦鍾(박찬종)신한국당고문 ▼ 이인제지사와 박찬종고문의 제휴추진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는 보수연합과는 다른 「세대교체연합」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지사는 지난 22일 박고문의 최측근인 金東周(김동주)보좌역과 극비회동을 했다. 이지사는 이 자리에서 『박고문이 나를 돕도록 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사의 박고문에 대한 지원요청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연합」 형성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지사가 사실상 대선에 독자출마할 의사를 굳힌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이날 김보좌역은 이지사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김보좌역은 『이지사가 경선승복을 약속했기 때문에 운신에 제약을 받고 있다』며 『박고문도 최종입장을 정리하지 않았지만 독자출마할 뜻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사와 박고문은 24일엔 서울강남의 모음식점에서 직접 만나 서로의 의중을 타진할 예정이다. 이날 회동은 박고문으로서는 경선후 한달여 동안의 잠행후 첫 대외접촉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두 사람간의 제휴 움직임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지사가 보다 적극적이나 박고문도 소극적인 편은 아니다. 어쨌든 이대표의 회동제의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계속 미뤄온 이들의 회동에 대한 정치권의 시각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만약 이지사와 박고문의 제휴가 성사된다면 대선가도의 최대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장(老將)대결구도속에서 두 사람의 「세대교체연합」은 상상외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만 두 사람이 아직 독자출마를 공식선언도 하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 「세대교체후보 단일화」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합의에 쉽게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대선정국의 분석결과를 공유하고 일단 「협력관계」를 과시하는데서 의미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이대표의 행보와 보수연합 추진움직임 등 당안팎의 상황을 봐가며 향후 거취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李漢東의 권력구조 개편론 ▼ 李漢東(이한동)신한국당고문의 권력구조개편론 ▼ 이한동고문 역시 경선후 한달여동안의 침묵 속 장고 끝에 22일 한 초청강연회에서 「권력구조개편론」이란 화두(話頭)로 정치행보를 재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고문은 특히 이날 우회적이지만 강도높게 이대표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그가 모종의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고문은 아직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구상을 확실히 가다듬은 것같지는 않으나 오래 전부터 내각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고문은 일단 여권 내부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대표의 「후보적격론」이 공론화될 경우 여권 내부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에 대비, 우선 여권의 울타리 안에서 정치적 입지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다시 말하면 여권내 보수세력의 중심적인 위치를 고수하면서 야권과 정치권외곽의 보수세력을 끌어들여 범보수연합을 추진하면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그의 1단계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대선을 전후한 정계재편에 대비한 기반조성이 그의 2단계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2단계 구상은 현재의 정치구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요소가 없지 않다. 〈임채청·최영훈·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