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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마주보기]KBS2 「미야다마을 사은비의 진실」

입력 | 1997-08-15 08:07:00


광복절 특집 가운데는 왜곡된 역사의 진실을 파헤치는 프로가 많다. 그만큼 일제 잔재가 청산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광복 반세기가 지나면서 왜곡된 진실에 자물쇠가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집 「미야다 마을 사은비의 진실」편은 닫힌 역사의 자물쇠를 열고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의 기틀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후쿠오카의 석탄산지 미야다 마을에 있는 사은비는 진실 왜곡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국인 노무자들이 세웠다는 사은비의 내용은 이렇다. 「1917년 우리 동포가 여기 온 이래 잘 먹고 잘 살았다. 은혜를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어 비를 세워 후대에 전하려 한다」. 과연 그랬을까. 연출진이 발굴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이 탄광의 한국인 노무자 중 70%가 목숨을 걸고 도망쳤을 만큼 일제는 가혹했다. 회사 중역회의 기록에도 「반도인들은 모두 불량분자다.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장소를 바꾸어 홋카이도 개척 기념관의 지하서고. 한국인 노무자에 관한 자료가 먼지 속에 묻혀 있다. 사과상자 1백26개 분의 방대한 양으로 수탈 현장의 참상이 담겨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한국인의 노동력 착취를 통해 일본 자본주의가 발전했다는 게 마쓰오 교수(호세이대 경제학부)의 분석. 이를 뒷받침하듯 당시 터널과 댐 등의 건설 현장 곳곳에는 한국인 노무자들의 유골이 남아 있다. 「미야다…」편은 숱한 역사 왜곡에도 일본 정부와 기업이 침묵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한편 이 프로는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성우 정경애씨가 내레이터를 맡아 그의 유작이 됐다.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