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기가 추락하기 10시간 전 괌공항 주변상공에서 거대한 깔때기구름이 관측됐다는 사실은 이번 사고가 어떤 형태로든 악천후와 관련이 있음을 말해준다. 즉 깔때기구름이 나뉘어 사고지점 상공에 적란운(검은 뭉게구름)을 형성, 국지돌풍(Microburst)을 몰고와 이번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지돌풍은 「짧은 시간 동안 좁은 지역에 부는 하향강풍」. 온대지역에서도 생길 수 있으나 보통 괌 같은 열대지방에서 자주 발생하며 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지상 1천∼3천피트 상공에서 내리부는 이 강풍은지상에튕겨 직경1마일사방으로 흩어진다. 지속시간은 통상 5∼10분으로 하향강풍이 지면에 부딪친 뒤 5분후가 항공기에 가장 치명적이다. 국지돌풍은 인근지역 기류의 급상승운동에 뒤이어 발생한다. 태양열은 구름먼지 등의 방해로 지면에 고루 닿지 않는다. 이에 따라 태양열이 집중된 지역의 공기가 데워져 위로 올라간다. 이때 대기중 입자가 수증기에 붙어 구름물방울로 변해 지상 1천∼3천피트에 적란운을 형성한다. 이때 주변 공기는 기류상승 지역의 대기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강운동을 하게 된다. 국지돌풍 지역에 들어선 항공기는 처음에는 맞바람을 맞아 상식과는 달리 「비행성능이 향상」된다. 단위시간당 엔진이 빨아들이는 산소량이 이전보다 많아져 엔진출력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연이 바람을 맞받아야 높게 떠 있듯이 항공기도 맞바람을 받으면 공중에 떠 있기 쉬워지는 것도 이유. 이처럼 비행성능이 좋아짐에 따라 조종사는 엔진파워를 줄이게 된다. 그러나 항공기가 좀더 나아가면 바람의 긍정적인 효과는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비행성능은 급격히 떨어져 항공기는 일정 각도로 급강하하게 된다. 이때 엔진파워를 줄인데다 지나간 바람이 회오리치며 합류하면서 항공기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급기야 항공기는 고도를 회복하지 못하고 지상에 추락하게 된다. 기상전문가들은 항공기가 3백∼4백노트의 속도로 순항할 때 국지돌풍 구간을 수초안에 지나가기 때문에 승객 뿐만 아니라 조종사까지도 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즉어느정도 기체요동(turbulance)은 느낄 수 있으나 항공기가 보통 구름속을 지날 때 생기는 기체요동과 구별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 이에 따라 기상전문가와 현직조종사들은 이번 사고를 사고기가 국지돌풍 지역에 들어가 내리누르는 강풍때문에 정상궤도를 회복하지 못하고 일정한 각도로 급강하하다 야산에 부딪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철용·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