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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필]박옥희/시어머님의 「알뜰지혜」

입력 | 1997-08-11 08:10:00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몹시나 무덥고 불쾌지수가 높던 날 시골에 계신 시어머님께서 우리 집에 오셨다. 시골에서 혼자 사시는터라 더욱 주름살이 패고 검게 탄 모습이셨다. 며느리로서 평소에 자주 안부전화도 드리지 못하고 못찾아 뵌 것이 부끄럽고 한스러웠다. 더구나 재작년에 가벼운 다리병까지 찾아들어 걸음까지 좀 불편하시니 말이다. 그런데도 시어머님께서는 오실 때마다 꼭 양파 감자 마늘 고추 등 농작물을 가져 오신다. 시어머님께 드릴 만한 것이 마땅찮아 근처 가게에서 수박 한덩이를 따본 뒤에 사왔다. 혹시나 익지 않았으면 낭패일 것 같아서였다. 쪼개보니 과연 빨갛고 탐스럽게 잘 익어 있었다. 시어머님께서는 꼭지둘레가 조금 꺼져있는 수박이 잘 익은 것이라고 일러 주셨다. 이제 수박 고르는 비결을 알았으니 살 때마다 삼각형으로 도려내는 번거로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수박을 다먹은 뒤 껍질과 씨를 버리려 했더니 시어머님께서는 『아가, 그건 버리지 말고 저녁찬으로 먹어보렴』하시며 요리하는 법을 설명해 주셨다. 먹고 난 수박껍질에서 겉껍질은 벗겨내고 속껍질을 채썰어 소금과 기름을 넣어 볶으면 초가지붕 위의 박나물맛이 나고 된장찌개에 넣으면 수박냄새가 살짝 코끝에 배어 여간 맛있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시어머님 말씀대로 일부는 볶아 나물로 먹고 일부는 된장에 넣어 끓였더니 과연 별미였다. 옛말에 「나이든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수박감별 요령과 수박껍질 활용에 대한 시어머님의 지혜는 생활 속에서 우러나온 산 지식이요 산 경험이었다. 훗날 나의 자식에게도 꼭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리라 마음먹었다. 박옥희(부산 사하구 신평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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