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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민병돈/「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입력 | 1997-08-05 20:09:00


우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련 중공 등 강대국들의 의지에 따라 53년7월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됐다. 그러나 그후로도 북한의 적화통일망상은 추호도 변함없고 이에 대한 우리의 우려 또한 아직도 그대로 계속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전후 지금까지 44년간 저들의 정전협정 위반행위가 무려 42만9천6백59건이나 된다. 이러한 저들의 저의는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고 직접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평화로운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도록 한 뒤 남한을 무력통일하겠다는 속셈이다. ▼ 停戰44년 北의 속셈 ▼ 이는 월남전쟁중인 73년1월 미국―월맹의 파리평화협정 체결로 미군이 월남에서 철수한 후 월맹군이 월남군을 격파하고 75년4월30일 베트남통일을 이룬 것을 보고 북한이 고무되어 이를 한반도에서 재연하겠다는 일종의 모방범죄 예비음모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저들의 「평화」니 「평화협정」이니 하는 말장난에 속아서는 안된다. 저들은 같은 어휘를 가지고 우리가 알고 있는 보편적 의미와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용어의 혼란전술」이다. 예컨대 저들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인민민주주의, 즉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뜻한다. 정의니 평화니 하는 말도 우리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뜻으로 사용한다. 이런 점을 알고 저들을 대하지 않으면 크게 낭패를 당한다. 금세기 전반 중국 국공(國共)내전에서의 자유중국의 패퇴와 금세기 후반 베트남전에서 월남의 패망은 공산주의자들과의 합작이나 평화협정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지를 실증해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형편은 어떤가. 북한의 간접전략이 우리 지도자들의 사욕과 무능 그리고 사회윤리 도덕의 붕괴 및 총체적 부패 등과 상승작용하여 시너지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 정치허무주의 안보불감증과 경제불황 속에서의 좌익세력의 발호,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척결의지부족으로 학생운동권의 친북 반한세력이 힘을 길러 때를 만난 듯이 활동한다. 이들은 또 대학을 졸업한 후 사회의 여러 분야에 침투해 활동을 계속한다. 일부 정치인들은 탈냉전시대임을 빙자해 우리 가슴에 총을 겨누고 있는 북한이 우리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는 무책임하고 이상한 말로 많은 사람을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북한의 간접전략과 직접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우리 「내부의 적」이 전선의 적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국민통합 기틀 다져야 ▼ 지난달 10일 黃長燁(황장엽)전 북한노동당비서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도 있지만 저들과 맺은 협정이나 합의서 같은 것은 휴지조각에 불과해 믿을 것이 못된다. 그리고 정전(停戰)이란 것도 교전 쌍방이 전쟁(전투)의 진행을 정지한 상태일 뿐 종전(終戰)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저들은 결정적으로 유리한 상황만 조성되면 정전협정쯤이야 쉽게 무시하고 남침할 태세다. 사실 그동안 저들이 재남침하지 못한 것은 정전협정의 제약 때문이 아니라 한미연합방위체제의 「힘」 때문이었다. 저들에겐 힘이 특효약이다. 우여곡절 끝에 어제부터 뉴욕에서 4자회담 예비회담이 열리고 있지만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국민통합을 이루며 「내부의 적」을 소탕하고 국력을 길러 더 늦기 전에 조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민병돈(전 육사교장/예비역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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