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나 녹취서 등도 소정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池昌權·지창권 대법관)는 1일 일본계 미국인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국내에서 구속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된 張俊豪(장준호·21)피고인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강간)사건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장씨의상고를기각하고 유죄로인정한2심판결을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의 공범 김준성씨(23)와 피해자가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 검찰청에서 진술한 범행사실과 피해내용이 매우 구체적인데다 이들의 진술사이에 아무런 모순도 발견되지 않는 등 진술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모두 인정된다』며 『따라서 이들의 진술기록은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는 미국에서 복역중이고 피해자 역시 한국법정에서의 증언을 기피하고 있는 만큼 한국법정에서 이들의 진술을 확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형사소송법상 증거능력의 예외조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314조는 「진술을 해야 할 자가 사망 질병 외국거주 기타 사유로 인해 공판정에서 진술을 할 수 없는 때에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조서나 서류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피고인은 지난 93년7월 미국 뉴저지주의 한 쇼핑센터 주차장에서 일본계 미국인여학생을 납치, 성폭행한 혐의로 미국에서 구속기소됐으나 재판도중 보석으로 풀려나자 국내로 도주했다가 구속기소됐다. 〈하종대기자〉